‘도덕적 해이’ 논란 부담… 사측 사퇴 권고 관측도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 전사장은 지난 30년 동안 몸 담았던 STX팬오션이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하자 곧 바로 현대글로비스 고문직으로 몸을 옮겼지만 최근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인사팀 확인 결과 회사 고문직을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에 합류한지 몇 개월만에 퇴사한 배경에는 ‘고문직으로 입사해 영업을 병행한다’는 업계 소문에 대해 STX팬오션 직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STX팬오션 노조는 배 전 사장이 현대글로비스 입사 후 기존 회사 정보 누설과 이를 활용해 국내외 영업활동을 벌이는 등의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조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한 상황의 판례도 한 몫을 했다. 최근 법원은 통신사 A에서 경쟁업체 B로 이직하려는 한 임원에 대해 전직을 금지한다며 이를 어길 시 1일당 30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령한 바 있다. 이는 중요한 경영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임원의 경우 퇴직 이후 1년은 타사 임직원으로 근무하거나 고문, 자문, 용역, 파견 등의 계약 체결 방법으로 노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A사는 ‘임원의 경우 퇴직 후 1년 동안 동종 또는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에 고용되거나 그러한 활동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집행 임원 서약서를 해당 임원에게 받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배 전 사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 소식통의 전언이다. 현대글로비스로 이직한 후 기존 회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STX팬오션 역시 동일한 내용의 임원 서약서를 작성했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 사장의 사퇴는 불가피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TX팬오션 노조는 회생안 인가를 통한 정상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후 배 전 사장에 대한 철퇴를 촉구하려 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배 사장이 퇴사를 한 이상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