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수레가 요란했다.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토르, 헐크가 서울을 활개치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며 마포대교를 찾은 시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단순히 마포대교의 전망을 가로막은 경찰 때문은 아니었다. 화려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촬영장면은 고사하고, 그 흔한 폭발신 하나 없었다. 캡틴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와 헐크 마크 러팔로가 등장하는가 싶었지만 이마저도 대역 배우였다. 햇살이 화창한 봄날 여의도 인근 벚꽃 구경에 나선 시민들은 마포대교에 눈길조차 돌리지 않았다.
사실 ‘어벤져스2’ 측의 촬영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에게 허무함을 안긴 것은 촬영 이전에 있었던 ‘전국가적인(?) 호들갑’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이번 ‘어벤져스2’ 촬영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 마포대교 현장에는 삼엄한 통제를 위해 경찰력이 동원됐다. 고속터미널,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잠깐의 영화촬영을 하려 해도 온갖 규제 때문에 발길을 돌린 한국 영화계 관계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했다.
서울 시민으로 인해 촉발될 저작권, 초상권 보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던 ‘어벤져스2’ 측의 지나친 걱정 역시 허무함을 더했다. ‘어벤져스2’의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는 27, 28일 양일간 “촬영현장의 사진, 동영상 촬영은 배우와 현장 스태프의 초상권 및 영화 저작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협조를 촉구했다.
하지만 시민의식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성숙하고 발전된 시민의식이 관심을 갖기에 ‘어벤져스2’ 촬영현장은 지극히 평범했다. 그 어떤 국가 정상에 대한 경호보다 지나쳤던 과잉 방어도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나라는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도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리며 6번이나 방문한 국가 아닌가.
영화진흥위원회는 ‘어벤져스2’ 촬영으로 인한 경제 효과를 876억원으로 추산했다. 국내 스태프 고용 효과와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 등을 포함한 수치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직접 효과로 4000억원, 브랜드 제고까지 포함해 2조원이란 액수를 전망했다. 정작 ‘어벤져스2’ 측은 이번 촬영에 130억원을 투입한다. 오히려 이번 ‘어벤져스2’ 촬영에 흥분한 것은 시민이 아닌 정부 관계자와 영화계 고위 인사들이 아니었을까.
마블스튜디오는 마포대교, 세빛둥둥섬 촬영을 시작으로 4월 2~4일 상암동 DMC단지, 4월 5일 청담대교, 한강뚝섬공원, 4월 6일 강남사거리 등 보름간 서울 각 지역을 돌며 촬영을 진행한다. 2시간 남짓 분량의 영화 속 한국 촬영 분량은 20여분 가량 삽입될 예정이다. 이마저도 편집과 촬영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
주요 교통로를 전면 차단하는 등 시민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 지원이란 부정적 인식을 씻기 위해선 내년 개봉을 앞둔 ‘어벤져스2’의 역할이 가장 크다. “정말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직접 영상편지를 전한 ‘어벤져스2’ 조스 웨던 감독의 말처럼 한국을 잘 담아낸 영화만이 시민들의 양보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다.
시민들은 황금 같은 일요일, ‘어벤져스2’를 위해 시간과 장소를 양보했다. 앞으로도 촬영은 계속된다. 이번 ‘어벤져스2’의 촬영을 계기로 할리우드의 더 많은 영화들이 한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지며 충무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더 이상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 촬영이 ‘호들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 날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