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다", "상실감 커" 등 망연자실
금융감독원이 채용 비리 의혹으로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압수수색을 당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경남기업 특혜 논란 등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을 때와는 또 다른 무거운 공기가 내부에 흐르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22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침통하다”, "할 말이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오전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을 보내 감사원이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고 지목한 금감원의 서태종 수석부원장, 이병삼 부원장보의 개인 사무실과 총무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채용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금감원의 2016년 신입·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선발 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조정해 16명의 합격자가 뒤바뀌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채용 비위에 서 수석부원장, 김수일 전 부원장, 이 부원장보를 비롯해 국장 1명, 팀장 3명, 직원 2명 등 모두 9명이 연루됐다고 봤다. 이에 경중에 따라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에 각각 면직ㆍ정직ㆍ경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현직 3명은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 7월 6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금감원이 채용 비리로 8개월 만에 검찰의 칼날 끝에 또다시 섰다.
검찰은 지난 1월 31일 변호사 채용 비리 의혹으로 금감원 사무실 2~3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김수일 전 부원장, 이상구 전 부원장보를 기소했고, 이들은 이달 초 1심 재판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부원장은 1심 재판 직후 금감원을 그만뒀다.
금감원이 잇따른 채용 비리로 몸살을 앓자 고강도 개혁에 대한 안팎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신임 최흥식 원장이 최근 취임한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와 조직 개편을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외부인사 중심으로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조직·인사·예산운영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용 비리는 직원들에게 매우 큰 상실감을 안겨준다”며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