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판결과 상호접속제는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CP들이 상호접속제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오히려 CP들이 협상 우위를 갖기 위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상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이번 페이스북 소송건은 통신망에 대한 품질 보장의 의무를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갖고 갈 것이냐,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갖고 갈 것이냐의 문제였다”며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자신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활용할 개연성은 있지만, 상호접속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상호접속 고시 개정 이후로 망이용대가가 상승했다는 것은 페이스북뿐 아니라 CP업계가 전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주장이다.
이 전문위원은 “2016년 마련된 상호접속제도 자체는 합리적으로 잘 설계됐다”고 말했다. 이는 상호접속제도를 없애면 한국의 IT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CP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전문위원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을 거치며 2016년부터 시행된 상호접속 고시 개정 작업을 주도했던 전문가다.
이 전문위원는 상호접속제를 도입한 취지가 결코 CP들에게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한 이유는 인터넷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웹메일을 보내는 정도의 서비스는 상호 비용유발과 ISP간 상호 유발하는 비용과 기대하는 편익이 유사했기에 무정산을 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발해진 지금 한 사업자는 더 많은 트래픽을 감수해야하는 인터넷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조대근 잉카리서치 대표는 “과거 P2P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서버에 접근해 데이터를 들고 오는 클라이언트 서버 모델이 대세다”면서 “트래픽 교환하는 비율 자체가대칭에서 비대칭으로 오다 보니, 비용이 많아진 쪽에서 재협상을 하든, 서비스를 중단하든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구글이 코젠트(Cogent·트래픽중계사)를 통해 오렌지와 연결된 상황에서 구글 트래픽이 늘어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Orange)가 접속을 거부한 사건에 대해 프랑스 공정위가 혐의 없음 판결을 내린 뒤, 코젠트와 오렌지는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돈내는 계약)을 맺었고 이 과정에서 오렌지 회장이 구글에 돈을 받는다고 이야기하면서 유튜브가 통신사에 돈을 준 게 확인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넷플릭스 트래픽으로 유발된 레벨3(Level3)와 컴캐스트(Comcast)의 페이드 피어링 사례도 언급하면서 시장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들이 계약 방식을 바꾼 것은 철저히 상업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도 디지털공화국법에 의해 보고서를 내는 프랑스 ARCEP(통신규제당국)처럼 접속 시장에 대한 통계를 모으고 정보를 공개해야 접속 시장에서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위원도 “프랑스는 정보가 많아 경쟁이 이뤄지는데, 한국은 시장정보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제한적으로 유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보가 투명해지면 시장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