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다 각종 사건ㆍ사고가 빈번하게 노출되는 것을 두고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한다. 하나는 실제 건수가 많아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디어의 발전으로 정보전달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건수보다 노출되는 양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산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발생 건수는 물론 피해 규모도 매우 증가했다. 얼마 전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진화됐다고는 하나 안심할 수만은 없다.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산불은 세계적 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산불 피해…최근 몇 년 새 더욱 심각
산림청이 발표한 산불피해 현황에 따르면 산불은 2015년 623건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600건을 넘어섰다. 이후 2017년 692건, 2019년 653건 발생했다. 이전에도 적게는 197건(2012년), 많게는 570건(2009년)을 기록했지만, 발생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면적과 재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05년 발생한 산불들로 피해면적 2067㏊, 피해 재적 11만4000㎥를 기록했지만, 이후에는 감소세를 보였다. 피해액도 290억 원(2011년)이 가장 큰 수치. 하지만 2017년부터 피해면적과 재적, 피해액이 대폭 증가해 2019년에는 피해면적 3255㏊, 재적 501만8000㎥, 피해액은 2689억 원에 이르렀다. 포항, 고성-속초, 강릉-동해, 인제에서 발생한 큰 산불이 산림 파괴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도 '전전긍긍'
세계 전역에서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초 소셜미디어를 강타한 호주 산불은 지난해 9월에 시작해 6개월 넘게 지속했다. 이 대형산불로 1100만㏊가 불탔다. 이는 남한 면적의 30배가 넘는 수치다. 과학자들은 약 50억 마리의 토종 동물들이 이 불로 죽었을 것으로 추정했고, 동식물 역시 멸종됐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역시 산불 악몽이 반복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가장 넓은 면적의 피해를 준 산불 20건 중 15건이 2000년대 들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큰 피해를 초래했다. 민간기상예보업체 아큐웨더 CEO 베리 리 마이어스는 "피해 규모가 9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메리카 아마존도 상당수가 파괴됐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 지역에서 8만여 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2018년에 비해 75% 늘어난 수치다. 대형 산불이 비교적 최근 들어 발생한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생존 위협하는 대형산불, 원인은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잦은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2010년에 작성된 논문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산불 발생의 시공간적 변화 경향'을 보면 "한반도에서 산불 발생 횟수는 매년 변동 폭이 크지만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산불 발생 증가 원인으로 지구온난화와 동반된 한반도 내 평균 기온 증가, 습도 감소를 들 수 있다"라며 "유독 대도시 지역에서 산불 증가율이 높은 것은 지구온난화 효과와 도시화 효과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아이다호 대학의 존 아뱃조글로 교수는 "따뜻하고 건조해진 기후가 화재 가능성을 계속 높이고 있다"라며 "통제 불가능한 대형 화재 위험성이 전 세계적으로 커진다"고 말했다. 결국, 지구온난화로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화재 진화도 어렵게 된 셈이다.
컬럼비아대학 연구진 역시 유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최근 몇 년간 기온이 1~2도 상승한 것이 대형 산불의 원인이라는 것. 1932년부터 현재까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10개 중 9개는 기후변화가 더욱 심해진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사람으로 생긴 화재도 무시할 수 없다. 산림청은 밝힌 국내 화재 주요 원인으로 입산자 실화(27%), 논밭두렁 및 쓰레기소각(24%)을 꼽았다. 담배꽁초에서 꺼지지 않은 불씨가 화재의 원인이 되거나 봄철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다가 산불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석탄 연료 사용 줄여야 하는데"…역행하는 한국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위기. 해결책은 '이산화탄소 감축'이다. 이산화탄소는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많이 발생한다. 세계 주요국가들도 이를 인식하고 석탄발전 설비를 줄여나가고 있다. 단, 일본ㆍ중국ㆍ호주와 함께 한국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국제 석탄발전소 추이를 조사한 '붐앤버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에서 석탄 설비용량은 감소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OECD 국가에서 121.7GW의 신규 석탄발전 설비가 시운전에 들어갔고, 189.9GW가 폐쇄됐다. 68.2GW 규모의 순감소를 기록한 것. 미국과 유럽 연합(EU)이 석탄 의존도를 낮췄고, 2019년 동안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는 단 한 차례도 석탄발전소를 착공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3대 공적 금융기관(한국수출입은행ㆍ한국무역보험공사ㆍ한국산업은행)을 동원해 1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고, 이 기관들은 2GW 규모의 인도네시아 자와 9, 10호기에 투자할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도 1.2GW 규모의 투자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로 해외 석탄발전 투자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