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만 내다 ‘자투리 펀드’로 전락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는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에 힘입어 등장했다. 이듬해 2월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 은행연합회가 협의회 회장사와 사무국 역할을 맡았고, 금융권에선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수익률 부진으로 자금 이탈이 이어졌고, 결국 10억 원 미만의 자투리 펀드가 됐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역시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초반에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일부 자산운용사에서 남북경협주와 관련된 통일펀드를 출시했지만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사들이 통일펀드 대부분을 청산했다. 이처럼 수익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뉴딜펀드는 사실상 원금을 보장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수익률이 국고채 금리보다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은 처음엔 연 3%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했지만 바로 국채 정도의 수익률이라고 말을 바꿨다”며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후순위든 선순위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원금보장과 수익률이란 수식어로 해당 펀드를 광고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 CLSA증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펀드매니저 데뷔’라는 보고서를 냈다. 뉴딜펀드의 집중 투자 대상으로 확정된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분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다. 해당 보고서엔 “한국 정부는 재정 지원 없이도 이미 시장에서 과열되고 있는 BBIG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 우리 모두 버블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한국판 뉴딜펀드의 손실 보전 부분을 지적했다. 보고서엔 “손실을 세금으로 메울 수 있는 펀드매니저와 어떻게 경쟁하나? 펀드 매니저들은 조심하라. 대통령은 당신의 경쟁자”라고 기록됐다. 손실 보전은 자본시장법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펀드를 만든 것에 대해 전문가들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펀드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실하게 보장할 방법이 없는데 정부가 그런 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수익률을 세금으로 보장하는 것도 문제이며, 그 펀드 시장에 벤처라는 이름으로 온갖 검증되지 않은 참여자가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