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ㆍ달러 환율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 이른바 ‘서학 개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의 해외 주식 직구에 환 차손 발생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80원(%) 오른 1115.6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소폭 오르긴했으나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초까지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원·달러 환율 1120~1130원 선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지난 11일에는 장중 1110선이 무너져 1109.2원까지 떨어지는 장면도 있었다.
원ㆍ달러 약세 흐름은 상대적인 미국 달러 약세에서 비롯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며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원ㆍ달러 환율 약세가 서학 개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초 이후 현재까지 약 6.3% 하락했다. 예를 들어 올해 9월 초에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면 해당 종목의 수익률과 상관없이 지금 환율 기준으로 이익 실현을 할 경우 환율 변동 만큼에 대한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달러 가치가 내려간 현시점이 해외 투자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학 개미들이 환율때문에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올해 초 동학 개미 운동으로 국내 주식을 넘어 해외주식 투자에 입문한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8년 325억7042만 달러, 2019년 409억8539만 달러였던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올해 들어 1541억1259만 달러(11일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기준으로만 놓고 봐도 거래대금이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재정부채 확대 가능성이 달러 약세로 반영되고 있는 가운데 원ㆍ달러 환율이 2021년 상반기 중 2018년 연초 수준인 1060원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과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은 변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상존해있기 때문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과 이로 인한 주요국 국경 재봉쇄 우려 속에서 위험 선호가 약화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일정 부분 지지력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