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규제지역 집값 급등세…대출 규제 '빈틈'으로 풍선효과 우려”
정부가 서울ㆍ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신용대출 규제안을 내놨지만 ‘빈틈’ 투성이 대책으로 실효성보다 되레 '풍선효과'(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데도 신용대출 규제안은 1억 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뒤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금 회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별적 대출 규제로 비규제지역 집값은 계속 오르고 오히려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중산층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가계대출 관리 방안’이 이달 말부터 시행되면 규제안에 포함되지 않은 부동산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이달 30일부터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뒤 1년 안에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사면 2주 안에 대출금을 갚도록 했다. 또 연봉 8000만 원 이상 소득자가 신용대출 1억 원 이상을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비은행권 60%)를 적용한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쓴다는 뜻)’ 대출을 통한 주택 매입을 막아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빈틈이 많다. 우선 신용대출 1억 원 미만은 대출 회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비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때에도 대출 규제 사정권에서 벗어난다. 극단적으로 부부가 각자 9900만 원씩 신용대출을 받아 비규제지역 아파트를 사는 것은 가능한 셈이다. 이는 일부 고소득자의 투자 목적 부동산 매입을 제한하는 목적에는 적합하다. 하지만 오를 대로 오른 경기 김포시와 파주시, 부산시 등 비규제지역 집값이 급등한 상황을 제어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이들 지역에 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 수요가 몰려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수도권 비규제지역은 서울에서 전세난을 피해 온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최근 집값이 많이 올랐다. 충남 계룡시와 울산 등 지방 비규제지역 역시 집값이 크게 오른 상태다. 비규제지역은 이번 대출 규제 예외지역으로 분류돼 풍선효과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김포 아파트값은 1.91% 올랐다. 이달 첫째 주 1.94% 올라 최근 2주 동안 무려 4% 가깝게 급등한 것이다. 파주시 역시 최근 2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각각 0.37%와 0.4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은 0.23%에 불과했다.
부산 아파트값 상승률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주 부산 아파트값 상승률은 0.56%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대전과 세종 등 규제지역과 인접한 충남 계룡시는 지난 3개월간 집값이 3.34% 올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곳은 주로 비규제지역"이라며 "신용대출을 포함한 대출과 세금 면에서 주택 구입 진입 문턱이 규제지역보다 낮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용대출 문턱마저 높이면서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현재 DSR 규제는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적용한다. 정부는 이번 규제로 신용대출 1억 원 기준을 더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중복으로 규제하게 됐다. 그만큼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은 어려워지게 됐다. 이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정부가 아예 집을 못 사게 사다리를 철거해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해 웬만한 중산층은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을 동원해야 집을 살 수 있는데 정부는 오히려 대출을 줄이고 회수하겠다고 한다”며 “무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