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정경제3법, 대주주 전횡‧사익편취 억제 기대”…잡음은 여전

입력 2020-12-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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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전속고발권 유지‧최대주주 의결권 ‘3%룰’ 완화 원안보다 후퇴
경영계, 경영권 방어수단 미흡 반발…보완장치 입법 촉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과 관련해 정부는 법안 시행 시 대주주의 전횡이 방지되는 등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억제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이 유지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관련 최대주주 의결권 '3%룰'이 완화되는 등 애초 입법 취지보다 후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계 반발 또한 거세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미흡하다며 관련 보완장치를 입법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 금융위원회와 합동 브리핑을 열고 공정경제 3법 주요 내용 및 기대효과에 관해 설명했다.

공정경제 3법은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정안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 3대 축인 공정경제 실현을 뒷받침하는 법안이다. 공정경제는 우리 경제 각 분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공정경제 3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상장회사가 감사위원(사외이사)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의 독립성이 확보돼 경영 건전성·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처럼 자회사의 불법행위로 모회사가 손해를 볼 때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도 도입된다. 비상장회사는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 상장회사는 0.5% 이상 주주에게 소송 제기 자격을 준다.

해당 제도 도입 시 자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 방지와 모회사 소수주주의 경영감독권 제고가 예상된다. 투기세력 등의 소송 남발 우려에 대해 정부는 다중대표소송은 원고 승소 시 배상액이 자회사에 귀속되는 공익소송으로 남소 가능성이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대기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기준도 현행 총수 일가 지분 상장 30%·비상장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된다. 또 이들 기업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범위에 들어간다. 이러면 규제 대상이 210곳에서 598개로 늘어나게 된다.

사익편취 규율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부당하게 총수 일가에 부를 귀속시키는 행위를 실효성 있게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정부는 행정제재인 사익편취 규율대상 확대와 사후 감시의 다중대표소송제가 연계 작동되면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 억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신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도 상장사는 20%→30%, 비상장사는 40%→50%로 높아진다. 지주회사가 적은 자본으로 과도하게 지배력을 확대하는 폐단이 방지될 전망이다.

또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회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해 경영권 '꼼수 승계'를 막는다.

이와 함께 금융사를 2개 이상 운영하면서 자산 규모 5조 원이 넘는 기업집단은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현재 기준으로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DB 6개 집단이 이를 적용받는다. 금융기업집단은 집단 차원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위한 정책과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집단의 자본 적정성 평가 결과가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자본 확충 등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

그 효과로 금융복합기업집단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돼 위험전이, 동반부실 등의 위험이 최소화되고, 금융소비자‧투자자 피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정경제 3법이 애초 입법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원안에 담겼던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 폐지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유지로 결정됐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출 관련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이 3% 완화로 수정됐다. 여당이 경영계가 줄곧 제기해온 주주권 침해 및 투기세력의 악용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그런데도 경영계는 여전히 의결권 행사 가능 지분율이 충분치 않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외국계 펀드나 경쟁 세력이 지분 쪼개기 등으로 20% 이상 의결권을 확보 가능한 상황에서는 기업의 방어권은 사실상 무력화되는 수준"이라며 "당장 내년 초부터 신규 감사위원 선임을 앞둔 기업들은 당혹감과 함께 어떻게 대응할지조차 모를 정도로 대혼란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이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대비할 수 있도록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고, 외국계 투기세력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 보유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하는 보완장치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입법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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