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도 노동 환경 특이성 간과한 결과”
중국과의 갈등 속에 인도 진출했던 대만 기업도 제동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2일 오전 인도 남부의 벵갈루루 인근 위스트론 인포콤 공장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가 폭동을 일으켰다. 이들은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며 공장 건물의 집기와 생산설비 등을 파손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시위를 했다. 이 사태로 150명 이상이 체포됐다.
위스트론 인포콤은 애플 핵심 제품 아이폰 주요 조립업체인 대만 위스트론의 인도 관계사로, 공장 전체 노동자 수는 1만5000명 수준이다. 위스트론 측은 대만증시 공시를 통해 최대 2억 대만달러(약 77억 원)의 피해액이 추산된다고 밝혔다.
전인도노동조합연맹(AITUC)는 “공장 근로자들이 3개월 간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또 그들은 인도 노동법에 위배되는 12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공식적으로 위스트론 노동자를 대표하지 않지만, 이번 사태로 그들이 우리와 접촉했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중국을 주요 공급망으로 삼고 아이폰을 생산해 왔지만,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중 갈등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중국을 대체할 생산지역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와 베트남, 멕시코 등이 그 대상으로 선택됐다.
특히 인도는 중국을 대체하는데 가장 적합한 곳으로 평가됐다. 인구가 중국과 비슷하지만, 임금은 훨씬 낮은 편에 속했다. 인도 정부가 해외 제조기업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한 점도 높게 평가됐다. 특히 애플인 인도를 차세대 성장 시장으로 보고 있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현지 생산 필요성이 커졌다.
여기에 인도와 대만의 경제적 협력도 함께 했다. 올해 중국 정부의 경제·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려던 대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도 진출을 모색하게 됐다. 마침 인도는 중국과의 국경문제로 자국 내 중국 제품 수입을 제재하던 터였다. 그 결과 폭스콘, 위스트론 등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대만 업체들이 인도 생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는데 이번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팀 컬판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이들이 인도 노동시장의 특징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인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자의 인권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중국에서 아이폰 노동자들의 폭동을 비롯한 시위가 발생했지만, 중국 정부는 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암묵적으로 이들의 권리를 희생했다”며 “그러나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다. 노조의 힘이 강하며 지역 정치인들은 이들을 마주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콘이 인도 아이폰 공장 내 수용 인력을 1만 명 미만으로 제한한 것도 이를 넘게 되면 노조와 지역 정치인들로부터 감시 대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대만 제조사인 페가트론은 이미 지난달 노동법 위반으로 인해 애플로부터 생산 중단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을 대체할 최선책이었던 인도에서 노동 환경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컬판 애널리스트는 “쿡 CEO는 폭동, 시위와 같은 단어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며 “애플과 같이 공급망 대체를 위해 중국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하는 기업 CEO들 역시 글로벌 노동 인력을 관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플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위스트론이 근로 규정을 준수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감사 인력을 공장에 추가 파견해 지역 경찰과 함께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