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중국’,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 1467조 달해…디폴트 급증에 자금운용 비상

입력 2021-05-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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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보다 각각 30%, 63% 큰 규모
국영기업 중심으로 디폴트 허용한 탓
채권자, 불안감에 짧은 만기 채권 선호

▲중국 채권 평균 만기 추이. 1분기 3.02년. 출처 블룸버그통신
기업들의 불어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중국 정부가 비상에 걸렸다. 채권자들이 기업들의 연이은 부도에 짧은 만기의 부채를 선호하면서 중장기 자금운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12개월 만기 부채는 1조3000억 달러(약 1467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기업 부채보다 30%, 유럽 전체보다 63% 큰 규모다. 또 테슬라와 같은 규모 회사를 2개 살 수 있는 막대한 규모다.

문제는 기업들이 회사채에 대해 디폴트를 내는 규모가 전례 없이 커진 시점에 만기 폭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 유럽의 회사채 만기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연장된 것에 비해 중국은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을 줄이고자 짧은 만기를 찾고 있다.

실제로 1분기 발행된 중국 채권의 평균 만기는 3.02년으로, 지난해 연평균 3.22년보다 줄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 이래로 가장 짧은 만기다.

ING그룹의 아이리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신용 위험이 늘어나면서 모든 투자자는 더 짧은 만기 채권에만 투자해 자신들의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줄이고 있다”며 “채권 발행자들 역시 디폴트가 늘면서 장기 채권의 차입 비용이 늘게 되자 짧은 만기 회사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채권 만기 단축 현상은 중국 당국이 그동안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암묵적으로 기업의 신용을 보증해준 데 따른 결과라고 짚었다. 특히 중국은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신용 문제를 감싸 안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류허 부총리는 자산의 효율적 배분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자 국영기업의 디폴트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국영 자동차회사 화천자동차그룹은 10억 위안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했고 반도체 굴기 상징이던 칭화유니그룹도 13억 위안을 상환하지 못한 채 디폴트를 선언했다. 2016년까지 미미했던 중국 본토 기업의 파산 규모는 이후 4년 연속 1000억 위안을 돌파한 상태다. 결국, 장기 자금 조달이라는 목표와 디폴트 허용이라는 정책이 서로 부딪히는 형국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장기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중국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였던 만큼 현재 시장에서 보이는 단기 채권 선호는 상황을 악화하는 꼴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AVIC트러스트의 우자오인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사회보장기금과 보험사들이 장기 자금을 제공하는 주요 공급자 역할을 하지만, 최근 채권시장에서의 입지는 제한적”이라며 “장기 자금이 부족해서 중국에서 장기 채권을 매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이리스 팡 이코노미스트는 “이 상황은 당장 바뀔 것 같지 않다”며 “앞으로 10년간 지속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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