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년물 수익률 절반 수준 하락...파운드화 가치도 내려
미국과 독일 등 글로벌 채권 시장도 출렁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사상 최저 수준인 현행 기준금리(0.1%)를 동결하기로 했다.
영란은행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는 표명하면서도 기존 입장을 대부분 고수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9월 30일 이후 아직 명확한 방향을 알려줄 만한 어떠한 노동 시장 데이터도 보지 못했다”며 금리 인상을 위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란은행은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다른 중앙은행들의 긴축 조치를 고려해 금리 인상을 시사해왔다.
베일리 총재는 지난달 17일 주요 30개국 화상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상승이 궁극적으로는 일시적이겠지만, 내년까진 계속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선 “금리 책정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당혹스럽다”고 말해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이날 예상을 뒤엎는 금리 동결로 영국의 1년물 국채 수익률은 0.22%포인트 하락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몇 시간 만에 거의 절반으로 내렸다. 파운드·달러 환율도 1349달러를 기록해 1.4% 급등했다. 1년여 만에 최대 폭이다.
시장은 영란은행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의구심을 품는다. M&G인베스트먼츠의 벤 로드 채권 펀드 매니저는 “그들은 오늘 등장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채권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당국이 지난 몇 주 새 두 번에 걸쳐 행동이 임박했음을 투자자들에게 확신시켰던 점을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베일리 총재가 행동을 촉구한 지 불과 2주 만에 예상치 못한 결정이 나왔다”며 “단기물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영국발 쇼크는 글로벌 금융시장으로도 번졌다.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41%로 떨어졌고 독일 1년물 수익률도 0.08%포인트 떨어져 마이너스(-) 0.83%를 기록했다. 하락 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최대다.
애버딘자산운용의 루크 바돌로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입안자들이 고용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될 12월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금리 결정자들의 모든 연설과 인터뷰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