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소 소자와 개인화 알고리즘 합쳐 내구성과 휘도 개선
중소형ㆍ차량용 디스플레이에도 적용 추진
삼성 OLED 동맹설엔 말 아껴
다만 "경쟁사 OLED 진입은 환영" 입장 밝혀
“10년간 축적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력을 결집해 TV 화질 한계를 뛰어넘겠다.”
LG디스플레이가 기존 OLED 패널과 비교해 내구성과 휘도(밝기)를 모두 개선한 차세대 제품 ‘OLED.EX’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OLED 화질의 핵심이자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 소자에 ‘중(重)수소 기술’과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이뤄진 ‘EX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기존 OLED 대비 화면 휘도는 30% 높아졌다. 햇살이 강물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입자나, 나뭇잎의 결 등 디테일한 요소까지도 사실적이고 입체감 넘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번 차세대 제품의 가장 큰 변화는 TV 패널로는 최초로 유기발광소자의 주요 요소인 수소 원소를 ‘중수소’로 바꿨다는 점이다. 중수소를 적용한 소자는 기존 소자보다 물리적으로 안정되고 강해진다. 밝기를 높여도 고효율을 유지하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TV 업계에선 기존 수소 원소를 중수소로 바꾸기 위한 시도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약 6000개의 수소 원소 중 1개꼴인 중수소의 양 자체가 워낙 적어 상용화에 어려움이 따랐다. 오창호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부사장)은 “안정적인 중수소 확보에 4년이 걸렸다”라며 "2~3차 협력업체는 중수소 재료 만들고 치환하느라 설비투자를 시행했다"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물에서 중수소를 추출해 유기발광소자에 적용하는 방식을 쓴다.
통상 디스플레이 휘도가 올라가면 소자 수명이 줄어드는데, 중수소 치환 과정에선 내구성이 큰 폭으로 개선돼 수명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기에 머신러닝 기반의 ‘개인화 알고리즘’이 합쳐져 유기발광소자를 더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졌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한 차원 진화했다. 기술적 한계로 여겨졌던 OLED 패널의 베젤을 65인치 기준 기존 6㎜(밀리미터) 대에서 4㎜대까지 30%가량 줄였다.
차세대 기술을 적용하면서도 원가상승 압력은 최소화했다. 오 부사장은 “중수소와 관련해 원가상승 요인이 다소 있었지만, 생산성과 재료비 부분을 개선해 패널 자체 원가는 최소화했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2분기부터 LG디스플레이는 전 제품군에 EX 테크놀로지를 적용한다. 내년 연간 글로벌 출하량 중 70%가량은 ‘OLED.EX’로 꾸려진다. OLED의 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프리미엄 TV 시장 내 ‘OLED 대세화’를 가속해 나가기 위해서다. TV 패널뿐 아니라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중소형 제품, 차량용 제품에도 적용을 준비 중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내년 OLED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시선을 내놨다. 오 부사장은 내년 판매 목표 수준을 묻는 말에 “올해는 현재까지 800만 대 정도 출하했다”라며 “광저우에 생산능력 추가 확장분을 완전가동하면 연간 1000만 대 출하가 가능하다”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판매량은 2013년 양산 첫해 20만 대로 시작해 양산 7년 만인 지난해 초 누적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최근엔 2년 만에 누적 2000만 대를 넘어섰다.
오 부사장은 "추가로 계속 OLED 진화를 준비 중"이라며 "여태까지 어려웠던 장벽을 부수는 과정이고, 저희 방식이 상당 기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 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와의 ‘OLED 동맹설’에 대해선 “고객사 사항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삼성이 QD-OLED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등 OLED 기술 도입에 긍정적인 태도로 선회한 것에 대해선 "경쟁사가 OLED 진영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오 부사장은 "(LG디스플레이가) 혼자서 10여 년간 OLED 사업을 하다가 파트너가 생긴 것"이라며 "OLED 시장이 커지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