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제 택한 韓, 추가 타격 불가피
韓기업들 “산자부에 개선 협상 요청”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과 철강 관세 분쟁 해소에 합의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일본과 협상을 시작한 미국은 4월부터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철강 일정량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 대해서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이번 합의로 연간 125만 톤까지는 25%의 추가 관세가 면제된다. 125만 톤은 2018~2019년 일본이 미국에 수출한 철강의 평균량이다.
동맹 복원을 중시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EU와 고율의 보복관세 부과를 중단하는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의 합의를 한 바 있다. 또 현재 미국은 영국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EU의 경우 고율 관세 적용 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철강(약 100만 톤)은 쿼터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로써 쿼터 330만 톤을 포함해 430만 톤 무관세 수출이 가능해졌다. 이는 고율 관세 부과 전 500만 톤의 상당 부분을 회복했다는 평을 받는다.
A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125만 톤은 일본의 연간 판매량 수준의 쿼터로 한국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에는 크게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주요 고객사와 주력 수출 품목에 따라 받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EU에 이은 일본과의 협상 타결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U와 일본이 고율 관세 부과 전 수출 물량을 상당 부분 회복할 경우, 한국은 오히려 쿼터제에 묶여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B 철강업계 관계자는 “EU에 이은 일본의 철강 관세 폐지로 미국으로 들어가는 우리나라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일본, EU,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할당제)를 택했다. 이로 인해 2015∼2017년 연평균 383만 톤이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은 200만 톤대로 대폭 축소됐다.
쿼터제로 인해 대미 수출량이 이미 30% 가까이 줄어든 상태에서 EU와 일본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경우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미국 측에 쿼터제 폐지 협상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세계 철강 공급이 과잉 상태인 데다 EU, 일본, 영국 등은 쿼터제를 택한 한국에 비해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시급성이 다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관세 철폐 문제는) 기업과 기업의 문제가 아닌 국가 간 문제”라며 “일본과 EU보다 차별적 지위에 놓인 것은 사실인 만큼 산업통상자원부에 232조 개선 협상을 지속 요청하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