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충돌 시 수주활동 전면 중단”
이라크 악몽 재연될라…촉각 ‘곤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 위기가 일촉즉발로 치달으면서 현지 진출 우리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침공이 현실화될 경우 현지 사업 추진에 차질이 발생하는 데다 러시아의 구미(歐美) 국가 경제제재 강화로 수익성 악화도 우려돼서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10만 명이 넘는 대규모 병력을 전진 배치한 상태로 우크라이나 북쪽과 남쪽, 동쪽 지역을 포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를 사정권으로 한 미사일도 배치했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현지에 판매 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주재원 가족을 먼저 귀환 조치한 데 이어 남은 직원도 귀국 등 철수 조치를 마쳤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법인이나 지사를 두고 있는 우리 기업은 삼성·LG전자를 비롯해 한국타이어, 현대코퍼레이션,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10개사 내외다.
우리 기업 대부분은 전시상황에 대비해 현지에는 업무상 필요한 필수 인력만 남겨둔 채 외교부 방침에 대응해왔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현지 파견 직원들조차 안전한 지역으로 재배치하거나 한국으로 귀환 조치한 상황이다.
현지에 진출한 건설기업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승훈 해외건설협회 미주유럽실장은 “군사 충돌 시 서방 국가의 제재 강화로 수주 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며 “수행 중인 프로젝트의 경우 기자재 수급과 공사대금 수령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중동 해외수주를 대신할 새로운 수주 텃밭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상황이 점차 악화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삼성엔지니어링 등 현지 진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건설사들은 이라크 내전으로 수년 간 공사가 지연되며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고,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1991년 러시아 진출 이후 현재까지 양국에서 따낸 건설사업은 총 194건, 162억620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수주한 금액은 17억845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00% 넘게 뛰어올라 국가별 수주금액 순위 6위를 차지했다.
다만 건설사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해서 제기된 문제인 만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만반의 대비를 마련해 뒀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최근 수주한 러시아 발틱 에탄크래커 프로젝트의 경우 중국 국영 건설사가 발주한 사업으로 대금 결제는 유로화로 하게 된다”며 “설계·조달·시공 중 설계·조달만 맡아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