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남3구 매매 2채 중 1채
시세 15억 이상 '초고가 아파트'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었지만,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끄떡없는 분위기다. 15억 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는 애초 대출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최근의 부동산 관망세를 비껴간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아파트’ 전용면적 196㎡형은 지난달 18일 80억 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아파트 같은 면적 직전 최고가는 지난해 3월 64억 원이었다. 10개월 새 16억 원 오른 셈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68㎡형은 지난달 20일 60억 원에 거래됐다. 종전 최고가였던 지난해 8월 49억5000만 원보다 10억5000만 원 오른 가격에 손바뀜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32㎡형 역시 지난달 13일 46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해당 아파트 같은 면적의 종전 최고가는 지난해 5월 39억2000만 원이었다. 8개월 만에 6억8000만 원 오른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M공인 관계자는 “대출도 안 되고 대선도 코앞으로 다가와서인지 최근 매수세가 뚝 끊겼지만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들은 간혹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 속에서도 초고가 아파트는 거래 비중은 높았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고된 지난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총 12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7건이 15억 원이 넘는 매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강남3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2채 중 1채 이상이 초고가 아파트인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는 41건 중 23건, 서초구는 45건 중 22건, 송파구는 41건 중 22건이 초고가 아파트 거래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용산구는 전체 거래 11건 중 9건이 초고가 아파트 거래였다.
이처럼 부동산 한파 속에서도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계속되는 건 애초에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해 모든 금융권에서 대출을 금지했다. 최근 대출 규제가 계속해서 강화하더라도 애초 대출 자체가 불가능해서 상대적으로 금융 타격이 덜 한 셈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값이 크게 오르고 대출도 강화되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졌지만, 초고가 아파트들은 대출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현금 부자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강남권의 경우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호재가 있어서 신고가 경신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