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상환 여부, 서구 제재 달려" 으름장도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화 표시 채권 대금을 자국 통화인 루블로 지급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러시아 기업이 서방 채권단에 대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일시 숨통을 터준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서방사회가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해외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 폭탄을 쏟아내자 보복 조치로 해외 외환 송금을 금지시켰다. 무역업자들이 벌어들인 외화도 강제 매각하도록 했고 중앙은행은 해외 채권단에 이자 지급도 막았다.
러시아 정부의 이번 임시 조처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 두 곳의 대금 상환 시점을 전후해 취해졌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업체 로즈네프트는 이날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 규모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다른 에너지업체인 가스프롬도 7일 13억 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상환을 지원하는 새 임시 조처 덕분에 러시아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급 대상은 모두 달러 표시 채권으로 러시아 중앙은행이 설정한 환율에 따라 지급금이 결정된다. 관건은 해외 채권단이 루블로 지급된 대금을 받아들이는지 여부다. 서방의 대러 제재로 통화 거래가 중단된 상태여서 루블을 달러로 교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방사회가 금융 핵 폭탄으로 불리는 스위프트 퇴출에 나서면서 러시아의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주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일제히 정크 수준으로 강등했다. S&P는 “러시아의 국가 신용도가 전례 없는 속도로 급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고의적으로 디폴트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주 루블 표시 채권 이자 송금을 차단했다.
러시아는 국채 상환 여부는 서방 제재에 달려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오는 16일 달러 표시 국채에 대한 1억700만 달러 규모 이자 지급일이 도래한다. 러시아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가늠할 시험대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