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분양가 산정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 다음 달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규제 완화의 첫 번째 대상이 될 것”이라며 “원자잿값 인상 등 누가 봐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해도 인위적으로 누르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공급을 촉진한다는 의미로 현재 다른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안정을 위해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합산한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참여정부 때 본격적으로 시행하다가 2015년 사실상 폐지 절차에 들어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했다. 널뛰기 분양가를 억제하려는 측면에서 도입했지만, 과도한 규제로 도심 공급을 저해하고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는 반론이 일자 윤석열 정부는 3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분양가 상한제 등 정비사업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공사중단 사태가 불거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분양가가 통제된 상황에서 수익성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 조합이 분양 시기를 늦추면서 사업이 지연됐다고 보고 있다.
원 장관은 “최근 주택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수요가 몰린 도심 내 물량 확대를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 개선이 불가피하다”며 “택지개발이나 일반 민간사업과 달리 정비사업에서만 발생하는 특수 비용들이 분양가 상한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부는 정비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분양가 산정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분양가 상한제 합리화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 역시 분양가 상한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분양가 상한제의) 전면 폐지가 아닌 주변 시세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의 ‘로또 아파트’ 출현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주변 시세 대비 10% 정도 낮은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되도록 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건축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재가격이 오르면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끼친다”며 “현행 분양가 상한제 기준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경우 민간택지에서의 분양 물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