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
대출규제 강화·잇단 금리인상
자금 부담에 청약시장 '된서리'
청약 경쟁률, 두자릿 수로 추락
지난해 ‘청약 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서울에서 최근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더불어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은 36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80가구)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서울 미분양 주택 가구는 지난해 4월 76가구를 기록한 이후 올해 2월(47가구)까지 감소세를 보이다 3월 180가구, 4월 360가구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와 계속된 금리 인상이 청약시장에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자금을 마련하는데 부담이 누적되면서 시장 침체로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에서는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는 2일 미계약분 139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이 단지는 4월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전체 328가구 모집에 2347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7.3대 1로 마감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당첨자의 42%가 본계약에서 포기하면서 다시 무순위 청약에 나선 것이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전체 216가구 중 195가구가 미분양됐다. 4월 11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74가구가 또 주인을 찾지 못했다.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역시 청약 당첨자 18명이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일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에서 분양가가 높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계약이 대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수요자들도 분양가라든지 아파트 규모에 따라 선별적으로 청약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 경쟁률도 크게 떨어졌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4월 20일까지 전국기준 ‘9억 원 초과’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9.4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64.7대 1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셈이다. 같은 기간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는 31.3대 1에서 20.9대 1로, ‘6억 원 이하’는 17.3대 1에서 9.2대 1로 떨어졌다.
특히 서울에서 청약 경쟁률 내림세가 컸다. 올해 5월 말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30대 1로 나타났다. 작년 청약 경쟁률 164대 1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준 셈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7월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더 강화되면서 분양가가 높다고 생각되는 단지에서는 수요가 주춤할 것”이라며 “추가로 금리까지 인상된다면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