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위헌소원 공개변론이 다음 달 14일 열리는 가운데, 법무부가 사형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을 헌법재판소에 전달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16일 사형제 합헌 판단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변론요지서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리인 정부법무공단을 통해 헌재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도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바, 이는 사형제를 존치하는 것만으로 그 나라가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이라고 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사형제 존치가 후진적이란 인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의 국가들(84개국)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이 '사형제 폐지'를 회원국 가입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국민 인식 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국익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실시된 여론조사를 인용해 사형제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77.3%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적 바람,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를 단순히 소박한 법 감정으로 무시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사형의 대체 형벌로 거론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도 반대했다. 법무부는 "사형을 다른 중한 형벌로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건 흉악 범죄로부터 예방 필요성을 간과 내지 무시하는 주장"이라며 "(형벌의 응보적 차원에서도) 사형은 야만적 복수가 아니라 정의에 합치된다"고 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A 씨에 대해서는 존속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형제에 대한 헌재 결정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헌법소원 적법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다음 달 열리는 공개 변론에 청구인 A 씨 측과 법무부 장관 측 참고인 등을 불러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사형제도가 헌재 심판대에 오른 건 1996년과 201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첫 판단에선 재판관 2명이, 두 번째에선 재판관 4명이 각각 위헌 의견을 낸 바 있다.
특히 헌재가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각계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는 건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