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정책 기다리며 매물 쌓여
"규제 완화 방안 기대보다 낮아
취·등록세 등 세 부담 낮춰야"
향후 구체적인 발표 없이는 당분간 답보상태가 이어질 것 같다. (월계동 M공인 관계자)
정부가 8·16대책(250만 가구+α)을 발표하고 재건축 단지에 규제를 완화한다고 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규제 완화 시행 시점 등 구체적인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만큼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22일 기자가 찾은 서울 노원구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지난주 정부의 정책 발표에도 아파트 매매 시장은 여전히 거래가 뜸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원구 일대는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단지가 많아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지역이다. 지난주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잠잠하다.
월계동 M공인 관계자는 “그렇다고 호가를 높여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많은 상황도 아니다”며 “매수자들은 향후 세부적인 정책을 기다리고 있어 집주인 간 눈치싸움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상계동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상계동은 상계주공 총 16곳 중 7곳이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을 정도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곳이다. 이번 재건축 규제 완화 발표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정작 침체한 매수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상계동 H공인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시장 동향은 특별하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수 문의는 전혀 없고, 월세를 찾는 손님만 있다”며 “급매 역시 호가 대비 1억 원 정도 빠진 매물들이 나오고는 있는데 수요자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는 게 문제”라며 “금리가 크게 올랐고, 대출 규제도 강화된 상태라 부동산 시장 거래를 늘리기 위해서는 취·등록세 등 세금 완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책 발표에도 매수세가 붙지 않자 매매 매물 역시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2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매 매물은 487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책 발표가 있었던 16일 4839건과 비교하면 소폭 늘어난 수치다. 재건축 단지가 많은 도봉구 역시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 매물이 2011건에서 2037건으로 늘었다. 은마·현대 아파트 등 강남구 주요 재건축 단지가 있는 대치동(716건→748건)과 압구정동(302건→327건) 역시 매매 매물이 증가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재건축 시장은 사실 투자자들 시장인데,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지금 투자하기에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세 부담 등 위험이 오히려 더 큰 상황이라 투자자들이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며 “더구나 이번에 발표된 규제 완화 방안 역시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는 그간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고 있었던 구조 안정성 비중을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 이에 따라 현행 50%인 구조 안정성 비중이 30~40% 선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그간 의무사항이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는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최근 시장 안정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적용 범위·시행 시기 등의 구체적인 대안은 연말까지 제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