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초기 이후 최대폭 감소
“일자리 감소, 연준이 바라던 그림”
뉴욕 3대 지수 3% 안팎 상승
미국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다. 8월 채용공고 건수가 석 달 연속 줄었다. 일자리 감소 폭도 2020년 4월 이후 가장 컸다. 고용 데이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 결정에 참고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뛰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이날 8월 채용공고 건수가 1005만3000건으로 전월보다 약 110만 건 줄었다고 발표했다. 월간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초기인 2020년 4월(120만 건)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미국 구인 건수는 3월 1185만 건으로 최고점을 찍고 3개월 연속 감소했다. 8월 일자리 수는 시장 전망치 1110만 개에도 훨씬 못 미쳤다.
미국 고용시장이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무게가 실린다. 연준은 그동안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해왔다.
그러나 이날 고용지표 부진은 인플레이션을 압박했던 임금 상승세가 꺾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기둔화 우려도 키운다. 물가 완화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무릅쓰고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해야 할 이유가 없다. 8월 고용지표가 연준에 퇴로를 열어준 셈이다.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일자리 감소는 정확히 연준이 원하던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이날 소매 부문 채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힌 점도 고용시장 냉각 조짐을 뒷받침했다. 이날 아마존은 온라인 판매 둔화를 이유로 올 연말까지 소매 부문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10만 명의 인력을 줄인 상태다. 앞서 다른 빅테크 기업인 메타도 인원 감축 계획을 내놨다. 구글 역시 부서 재배치를 통해 감원을 추진 중이고, 애플도 채용과 지출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호주중앙은행이 부동산 시장의 급속한 냉각을 이유로 금리를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 대신 ‘베이비스텝(금리 0.25%p 인상)’을 밟은 것도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을 키웠다.
이에 이날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3% 안팎으로 급등했다. 범유럽 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도 3% 이상 올랐다.
다만 구인 건수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 추세에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8월 직장을 자발적으로 관둔 노동자는 전달보다 10만 명 늘어난 420만 명에 달했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노동자 우위에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