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놓고 수주는 옛말'…늘어나는 공사비ㆍ금융부담에 고민 깊어지는 '건설업계'

입력 2022-11-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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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울산 중구 B04 재개발 사업 수주를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제공=울산 B04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짙어지면서 건설업계의 사업 수주 셈법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재비, 인건비를 비롯한 공사비 뿐만 아니라 금융부담도 급증하자 사업성이 좋지 않은 곳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이른바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 출혈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번지자 수의계약으로 입찰하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은 지난 3일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컨소시엄 방식의 수의계약 체결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곳은 앞서 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을 진행했지만, 정작 그간 관심을 보였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업 리스크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입찰 보증금을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조합으로부터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으로 입찰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공문을 받았다”며 “컨소시엄 간 지분율 문제 등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업은 울산 중구 교동 일대에 지하 4층~지상 29층, 아파트 4080가구(임대 20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전체 사업비만 2조 원, 공사비도 1조2000억 원 수준이라 지방서 재개발 대어로 꼽혔다.

이번 유찰 상황을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과도한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경쟁사 간 수주전이 과열되면 사업성이 초기보다 크게 악화하기도 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의 경우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수주 경쟁이 심해지면서 조합원들에게 고급화, 이주비 지원, 후분양제 등 보기 드문 파격적인 조건을 잇달아 제시하기도 했다.

울산 중구 B04구역은 이번 유찰에 앞서 8월 1차 입찰 당시에도 유찰된 바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일반 경쟁입찰 시 입찰자가 없거나, 단독 응찰로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면 수주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울산 중구 B04 재개발 현장 모습(사진제공=울산광역시)

이처럼 최근 자잿값 인상과 더불어 PF 문제, 미분양 사태 등 경기 악화가 심화하면서 건설사들이 출혈경쟁을 피하는 추세다. 이에 B04구역처럼 컨소시엄 수의계약 형태로 참여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은 포스코건설을 주관사로 현대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달 16일 경남 창원시 ‘성원토월그랜드타운’ 리모델링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공사비는 2조3600억 원으로, 국내 리모델링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까지 올해 총 13곳의 시공권을 획득했는데,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따냈다. 만약 울산 중구 B04 구역까지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을 꾸려 시공사로 선정된다면 올해 무려 14곳에 무혈입성하는 셈이다.

대우건설을 주관사로 한 컨소시엄 ‘메가시티사업단’(대우건설·현대건설·DL이앤씨)도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총 공사비는 1조5585억 원 규모다. 이곳은 앞서 공사비 상승 등 이유로 건설사들이 시공사 선정에 참여하지 않아 세 차례나 유찰된 바 있다. 수진1구역과 성남시 재개발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1조 원 규모의 ‘신흥1구역’ 역시 세 차례 유찰된 이후 지난달 GS건설 컨소시엄(GS건설·DL이앤씨·코오롱글로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연말 선정을 앞두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확실히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 가급적이면 수주 경쟁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며 “사실 유찰 상황을 만드는 것도 조합을 상대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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