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Fed·연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단행
대출금리 추가 인상 압박, 금융당국 금리 인상 억제하고 있어 은행권 '눈치'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를 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
대출금리 인상 요인이 산적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고 있어 시중은행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1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34%로 집계됐다. 전월(3.98%)보다 0.36%포인트(p) 오른 수치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시티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말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의 경우다.
이날 코픽스가 상승한 것은 시중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머니무브’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27조2986억 원으로 10월 말 보다 19조710억 원 증가했다. 지난달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5%대를 넘기는 등 급격히 오른 결과다.
코픽스 변동금리 상승분을 반영하면 주담대 변동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은 16일부터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에 이날 공개된 코픽스를 반영한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5.92~7.90% 수준이다. 코픽스 변동금리 상승분을 반영하게 되면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8%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픽스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날 미국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은행은 수신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정기예금 상품에 시중 자금이 몰리게 되면서 코픽스도 오르게 된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안팎으로 대출금리 인상 요인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 자제에 이어 대출금리 인상 자제 메시지를 낸 상황이라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 폭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최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시장이 과열되자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또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자, 금융당국은 올해 4분기부터 매주 대출금리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은행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ㆍ수신 금리를 조절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내년 1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 내년 금리 인상기조가 예상되고 있지만, 당국의 조치로 인해 여ㆍ수신 금리 인상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코픽스 금리가 4%를 넘어서면서 주담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반기에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자 한시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했지만,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또 대출금리를 인하하거나 동결하기에는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며 “은행 전반적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