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벤처업계 활성화를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허용 대상에 액셀러레이터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벤처생태계 활성화와 대ㆍ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다만 경기 불확실성으로 대기업의 돈줄이 마르고, 정부의 모태펀드 규모 축소로 시장의 투자심리마저 위축된 상황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년 경제정첵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자금ㆍ인력ㆍ인수합병(M&A) 등의 방식을 통해 민간중심 벤처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최근 벤처ㆍ스타트업들이 투자 가뭄으로 한계상황에 직면해 구조조정과 매각에 줄줄이 나서고 있는데 대한 자금 조달 방안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는 민간자금이 벤처시장에 충분히 유입되도록 벤처모펀드와 벤처세컨더리 사모펀드를 조성한다. 내년에만 2000억 원, 오는 2027년까지는 총 1조 원 규모로 조성한다. 이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특히 이번 경제정책 방안에는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형태의 지주회사 CVC 보유 허용 방안이 포함됐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CVC를 통해 벤처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유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기업 지주회사가 CVC를 설립할 때 엑셀러레이터 형태로도 세울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사업 개시 3년 이내의 초기 창업자에 대한 전문보육과 투자를 주된 업무로 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금산분리원칙으로 지주회사체제의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2020년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일반지주사의 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다만 개정된 공정거래법에서도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로 형태가 한정된다. 초기 벤처 육성으로 벤처생태계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창업기획자는 제외됐다.
특히 이 방안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의힘 의원 시절 발의했던 법 개정안의 내용이기도 하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CVC 허용 대상에 창업기획자를 포함시키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추 부총리는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초기창업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창업기획자 형태의 CVC 보유를 허용해야 한다”며 “창업기획자형 CVC는 대기업의 인프라 및 자금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및 혁신성과 만나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성민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은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나 혁신 기술에 대한 시장성 검토, 트레이닝, 투자 유치 등을 맡아야 하는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일이나 벤처생태계 조성에 중요한 부분”이라며 “당시 CVC를 일부 허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재벌 규제를 피하면서 제외됐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정부의 벤처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해 “주로 민간과 글로벌 자원을 유치해 투자를 늘린다는 내용인데 최근 대내외 경제 리스크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과연 민간과 해외 투자가 기대만큼 늘어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 규모 축소가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준 상황에서 투자 활성화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기부의 내년 모태펀드 예산은 4135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3100억 원대로 편성됐던 것을 계속된 삭감 논란과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 필요성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1000억 원 증액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올해(5200억 원)보다 20%, 지난해(1조700억원)보다는 60% 줄어든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