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길병원·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와 협력…당뇨병 환자에 돼지 췌도 이식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이종이식학회(IXA) 기준을 준수한 이종이식 임상시험이 전 세계에서 최초로 국내에서 진행된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상반기 내에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종이식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이종 이식은 인간 조직과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특수하게 개발된 동물의 조직이나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제넨바이오는 1형 당뇨병 환자 중 저혈당무감지증 증상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을 실시한다. 이종췌도이식이 성공하면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 이번 임상은 형질 전환한 무균 돼지의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 이식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제넨바이오는 앞서 지난달 16일 가천대길병원,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 등과 함께 이종췌도이식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들은 무균돼지를 활용한 당뇨환자 췌도이식 임상시험을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대학교 장기이식연구소가 무균 미니돼지를 생산하고, 췌장을 적출해 GMP가 있는 시설로 이송한다. 제넨바이오는 췌장에서 순수 췌도를 분리·정제하는 역할을 하고, 가천대길병원에서 제1형 당뇨병 환자이며 저혈당무감지증 환자에게 이식하고, 장기추적하게 된다.
박정규 서울대학교 장기이식연구소장은 “매번 이종췌도이식을 준비했는데, 드디어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영역이다 보니 효능과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종 이식에서 가장 큰 장벽은 면역학적인 문제다. 영장류 이상 진화된 종과 종 사이 이식은 세포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초급성거부반응이 일어나 수분 내 장기가 망가지게 된다.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에서 진행한 영장류 비임상시험에서 5마리 중 4마리가 6개월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박 소장은 “국제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유효성을 만족하는 결과이며 전세계 어떤 그룹에서도 이뤄내지 못한 기록”이라고 밝혔다.
김광원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돼지의 췌장을 이식하는 이유에 대해 단백질 구조 상 사람과 아미노산 차이가 1개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돼지 췌장을 이용하는 것은 효과가 입증됐고, 가장 친숙하기 때문”이라며 “사람 인슐린 이전에는 돼지 인슐린으로 당뇨병을 치료했다. 돼지 췌도를 이용하는 것이 이종 췌도이식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제1형 당뇨병 환자 중에 저혈당무감지증 환자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췌장 혹은 췌도 이식”이라며 “다만, 뇌사자가 부족하고, 췌장 이식이 우선시 되다보니, 췌도이식이 가능한 췌장을 얻기란 매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종이식이 대두됐고, 다량으로 췌도를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공통감염에 대한 과제에 대해선 보완했다고 밝혔다. 제넨바이오는 2020년 8월 처음으로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진행했고, 여러 차례 보완을 거쳤다. ‘돼지내인성레트로바이러스(PERV)’의 감염이 우려됐는데, 여러 영장류 시험과 다른나라에서의 임상시험 4건에서도 보고되지 않았다. 제넨바이오가 사용할 무균돼지는 PERV C 유전자가 결손돼 감염 우려가 더 적고, 주기적으로 혈액을 통해 PERV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잠복 바이러스(PCMV) 감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오랜 시간 이종이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췌도를 비롯한 여러 장기에 대한 비임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으로 해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