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10년물 금리,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
공포지수,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
미국, 유로존, 영국 기업 활동 회복세에
긴축 길어질 것 불안감 시장에 반영
글로벌 경제가 올겨울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침체 우려도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호재’가 아닌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중앙은행이 긴축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불안에 요동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미국증시 3대 지수는 2% 이상 급락하면서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2개월여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DRW트레이딩의 루 브리엔 투자전략가는 “증시가 매도세인 이유는 연준 경로에 대한 재평가와 국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 때문”이라며 “국채 금리 상승은 연준이 오랫동안 긴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95%로 지난해 11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4.73%를 기록해 최고치에 근접했다. 그러자 주식 시장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장중 23을 넘으면서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찍었다.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영국의 기업 활동은 이달 들어 강한 회복세를 보인다. S&P글로벌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친 미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월에 전월의 위축 국면에서 50.2로 확장 전환했다고 밝혔다. 2월 PMI는 시장 전망치인 47.5도 크게 웃돌며 8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존과 영국 PMI도 각각 52.3과 53.0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세계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신호들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따뜻한 겨울에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것도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줬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은 기업 활동이 안정세를 보였다”며 “인플레이션은 정점에 이르렀고 경기침체 위험이 사라졌다는 신호에 기업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의 2.7%에서 지난달 2.9%로 상향하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밝혔다. IMF는 탄력적인 수요와 인플레이션 완화, 중국 경제활동 재개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뜨거운 경제 회복세는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가 될 수 있어 시장은 초긴장 상태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 등 월가 투자전략가들은 역사적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한 후에야 증시가 저점을 찍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주가 추가 하락을 경고했다.
미슬라프 마테흐카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부정적인 거시경제에 대응하기 위해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증시 랠리가 이번 분기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HB인베스트번트의 샤리프 파르하 투자부문 대표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더 오랜 기간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시장이 믿고 있다는 의미”라며 “많은 투자자처럼 우리 역시 관망하고 있으며 주식보다는 채권을 선호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