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2000원 요구
소상공인업계 “이미 한계상황으로 지불능력 없다”
최저임금 동결 및 구분적용, 주휴수당 폐지도 함께 촉구
#22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A씨는 그동안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내였지만 최근엔 35%까지 치솟았다. 고공행진 하는 물가에 재료비 비중은 45%까지 커졌고, 남은 20%로 공공요금 등 세금을 납부하면 사실상 현재 사업은 무료봉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A씨는 “주휴수당을 더하면 이미 실질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는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절대적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숙박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B씨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사실상 다 같이 공멸하는 것”이라며 동결에 힘을 보탰다. 특히 숙박업은 다른 일반적인 업종과 달리 24시간, 365일 근무해야 하는 업종으로 인건비가 많이 투입되는 만큼 업종별 특수성을 반영한 구분적용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소상공인 업계가 ‘동결’에 한목소리를 냈다. 자영업자 대출액이 1000조 원을 훌쩍 넘고, 올해 들어 공공요금이 잇따라 오른 한계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사실상 공멸이라고 주장한다.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구분적용과 주휴수당 폐지에도 힘을 실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오는 18일 열리기에 앞서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이 지난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48.7% 수직상승 했고, 1인 자영업자 수는 2018년 398만7000명에서 2022년 426만7000명으로 늘었다”며 “늘어나는 비용과 떨어지는 매출에 ‘나 홀로’ 운영을 택할 만큼 소상공인들은 한계상황에 내몰려 있다”고 말했다. 지불능력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4.7% 인상된 시간당 1만2000원으로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기업의 지불능력이 동일하지 않은 만큼 차등적용 해야 한다고 맞섰다.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대부분 사업장이 소상공인인 만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오 회장은 “현재처럼 양극화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겨우 버티는 소상공인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한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취지라면,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취약한 사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행 최저임금법 4조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의 계속된 요구에도 해당 조항은 최저임금 논의에서 완벽하게 배제되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이미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1544원에 달하는 만큼 주휴수당 역시 폐지해야 한다고 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숙박업, 음식업, 미용업, 제과업 등 업종별 소상공인이 직접 참석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소상공인 다 죽는다. 최저임금 동결하라 △최저임금 구분적용 당장 시행하라 △초단기 근로자 유발하는 주휴수당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업계가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일찍부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소상공인들이 사실상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빚으로 버틴 소상공인들은 엔데믹과 동시에 고물가와 공공요금 인상,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금리 급등 등 여러 악재에 직면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1019조8000억 원)가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섰고, 대출자의 56%는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20조3000억 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액의 70.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노동계가 주장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1만2000원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이 지급해야 하는 임금은 시간당 1만4400원, 월 기준 250만 원으로 추산했다. 2021년 기준 소상공인 월 평균소득이 233만 원임을 고려하면 이는 지급이 불가능한 액수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개당 20~30원 하던 청양고추가 지금은 개당 300~400원이다. 재료비, 인건비, 배달비, 대출이자 등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현재 최저임금은 962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더하면 이미 1만1000원이 넘는다.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주휴수당도 폐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오 회장은 “생계비를 고려할 거면 노동생산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노동생산성이 동일하지 않다면, 최저임금 역시 동일 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 내년에는 반드시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