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유럽 부동산 거래 규모도 62% 급감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22층짜리 빌딩의 가격은 2019년만 해도 약 3억 달러(약 4018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매물로 나온 이 건물의 예상 판매가는 현재 6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불과 4년 새 가격이 80% 폭락한 것이다.
이는 비단 샌프란시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평가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 이커머스 시장 성장, 기업 긴축 경영으로 인해 사무실과 소매 상점 수요가 쪼그라들었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 사무용 건물 가격은 지난해 초보다 약 25%나 급락했다. 빈 사무실도 늘어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는 미국 사무실의 공실률이 올해 1분기 12.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이자,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선 수치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IT 기업이 집중된 지역이라 재택근무와 감원 칼바람으로 인한 영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범죄율 상승과 삶의 질 하락 또한 시내 사무실 임차 수요 하락에 한몫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현재 30% 수준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의 7배에 달한다.
유럽의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2% 급감한 365억 유로(약 53조9003억 원)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 은행 위기, 경기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유럽 부동산에 대한 해외 투자는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격히 둔화했다. 파운드화 약세에 따른 아시아 투자자들의 런던 사무실 거래가 있었지만, 추세를 거스를 순 없었다. 사무실 거래 건수는 2007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2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진은 은행권 혼란에 이은 새로운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고금리 상황과 건물 가치 하락이 맞물리면서, 많은 부동산 담보 대출을 안고 있는 금융권에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이미 은행의 1분기 실적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웰스파고는 이번 1분기 실적발표에서 “부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50% 가까이 급증한 15억 달러(약 1조9980억 원)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모건스탠리는 대손상각 예비비를 대폭 증액한 이유로 상업용 부동산 침체 가능성과 악화한 경제 전망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