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폐막 캔톤페어, 계약 규모 251억 달러
팬데믹 이전 수준 밑돌아
신규 주문 없고 거래처 이동도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한 후 소비와 투자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한 가운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마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데다 해외 기업들의 중국 투자 열기도 살아나지 않아 세계 경제 회복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울상이다. 중국 경기 반등세가 약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 주가는 3일 하루 새 17% 폭락, 1995년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을 훨씬 밑돌았고, 전망치까지 하향 조정한 여파였다.
실적 부진은 소비재, 기술, 운송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두드러진다. 반도체 기업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리오프닝과 함께 중국 시장이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 그런 신호는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 CEO인 크리스토퍼 나세타도 “올해 중국에 희망을 걸었는데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글로벌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는 올 1분기 중국 장사로 웃었지만 “성장 속도가 벌써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시장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경기둔화로 재고가 쌓이고 수요가 약하다 보니 해외 기업들도 중국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4월 15일 개막해 이달 5일 폐막한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인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페어)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3년 만에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그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성적은 예년에 못 미쳤다. 올해 거래가 성사된 계약 규모는 총 251억 달러(약 33조 원)에 그쳤다. 2008년 최고점 380억 달러는 물론,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300억 달러도 밑돌았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서방 기업이 주 고객인 중국의 매트 제조업체 밀란드하우스웨어는 “박람회를 찾은 고객들이 적었다”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거래처들이 아직도 재고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 신규 주문이 없다”고 설명했다. 둥관에서 고급 욕실용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한산한 박람회에 대해 “수년간 못 보던 광경”이라며 “찾는 고객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가격만 문의할 뿐 주문을 하지 않는다”며 “올 하반기 세계경제가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일부 판매자들은 주고객들이 거래처를 중국 이외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중국산 수요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중국 가정용품 생산업체는 미국 월마트와 달러트리 매장에 베트남이나 멕시코에서 만들어져 판매된 상품들이 부쩍 늘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경기회복세가 반짝 반등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지표에도 드러난다. 4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4개월 만에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전월(51.9)보다 줄어든 것은 물론 시장 전망치(51.5)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위축 국면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