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변경안 발표 후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vs “무관” 맞서
사업 전면 백지화에 지역민 ‘울상’
서울-양평 고속도로(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과 이어진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 선언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예비타당성(예타) 이후 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바뀌었는데, 변경 종점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가 속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양평 고속도로를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내달리는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습니다.
경기 양평군은 수도권에서 즐겨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와 팔당댐 등 친숙한 곳이 많습니다. 서울과 가까운 것도 장점입니다. 서울 잠실 일대와 양평군은 직선거리로 30㎞ 남짓 거리입니다.
볼거리 많고, 서울과 가까운 곳이지만 현재 서울과 양평을 직접 잇는 고속도로는 없습니다. 서울과 구리, 양수리, 양평을 지나는 6번 국도가 유일한 직통 노선입니다. 이 때문에 주말이면 차량 정체로 서울 강남에서 양평군까지 2시간 넘게 걸립니다.
이에 정부는 2008년 양평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수립합니다. 하지만 당시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던 고속도로 건설계획은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10년 가까이 보류됩니다. 이후 2017년 국토부가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하면서 건설계획은 급물살을 탑니다.
2021년 4월에는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합니다. 예타안 기준 사업규모는 총 27.0㎞(왕복 4차로), 사업비는 1조7695억 원입니다. 이후 지난해 3월 국토부는 타당성조사에 착수하고, 같은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양평군과 경기 하남시 등과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합니다.
이번 갈등의 시작은 5월 기존 예타안에서 종점이 바뀐 변경안이 나오면서부터 시작됩니다. 국토부는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노선안을 공개합니다. 이 대안의 종점은 기존 양평군 강서면이 아닌 양평군 강상면을 종점으로 합니다. 바로 이 강상면 일대에 김 여사 일가 소유 토지가 확인되면서 정쟁(政爭)으로 비화합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 집안 소유 땅이 종점 인근에 있는 만큼 노선이 바뀌는 과정에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에 당정은 “사실무근”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대안 노선의 고속도로 종점이 영부인 일가 땅 근처로 지나가는 만큼 김 여사 일가가 지가 상승 이득을 챙기느냐 하는 점입니다. 민주당 역시 이 부분에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태스크포스(TF) 단장은 한 인터뷰에서 “종점 근처에 저희가 확인하기로 12필지, 7000평(약 2만3140㎡) 이상으로 추산한다”며 “(길이 뚫리면) 최소 2배 이상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속도로 연결로 토지가치가 급상승하므로 큰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종점이 나들목(IC)가 아닌 분기점(JCT)인 만큼 실익이 없다고 맞섭니다. 당정 의견을 종합하면 종점부는 고속도로 진출입이 불가능한 분기점으로 지가 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인접지역이 나들목이 아니면 소음과 매연 등으로 선호하지 않아 ‘마이너스’라고 합니다.
이에 야당은 “분기점 연결로 양평고속도로가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돼 1㎞ 남짓한 거리에 떨어진 기존 남양평IC를 이용할 수 있게된다”며 되받아치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야권은 고속도로 건설계획 중 예타 이후 종점 변경은 드물다는 점을 들어 김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가 내놓은 해명에 따르면 종점 변경은 최근 25년 이내에 총 24건의 사업에서 14번 변경돼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됩니다. 국토부 자료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신설 구간(확장 제외)의 고속도로 타당성 완료 건수는 24건입니다. 이 가운데 14개 노선의 시종점이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10년 이후 추진한 8개 사업 중 4건이 변경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가장 최근에 변경된 사례는 인천 계양구와 강화군을 잇는 ‘계양-강화’ 노선으로 2020년 8월 예타 완료 후 변경됐습니다. 또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진행 중인 ‘포항-영덕’(영일만 구간)도 시작점과 종점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공표했습니다.
왜 갑자기 종점이 바뀌었느냐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민주당은 예타를 마친 사업이 갑자기 종점이 바뀐 것은 김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강득구 민주당 TF단장은 “(종점 변경과 관련해) 양편군 주민과 공청회 의견을 나누는 시간들이 한 번도 없었다”며 “또 (종점 변경도) 이게 발표 시점이 (민주당 소속) 전 군수가 아니라 (여당 소속) 현 군수가 당선되고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발표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당정은 “사실과 다르다”고 맞섭니다. 우선 타당성조사와 전략환경영평가 과정에서 관계기관(양평군과 하남시) 협의 등 필요한 절차를 모두 이행했다는 겁니다. 특히 타당성조사를 진행하면서 양평군은 국토부에 3개 노선을 건의했고, 이 가운데 종점 변경안과 거의 동일한 안이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주민 설명회가 없었던 것은 지난 5월 기존 예타안과 변경 대안을 공개한 뒤 이달부터 주민을 만나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의견 수렴 절차가 중단됐다고 국토부는 설명합니다.
양평고속도로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으로 백지화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주장하는 예타안과 정부가 내놓은 대안을 놓고 주민투표나 여론조사를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결정되더라도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인 양평 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지금보다 더 늦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교통 정책 전문가들은 “기존 사업 계획 무산은 물론, 연계된 수도권 개발 계획이나 다른 도로교통 체계 구상에도 영향을 줘 주민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국도 대신 뻥 뚫린 고속도로를 내달려 양평으로 향할 날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