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우려 없는 대형은행 돈 몰려
예금전액 보장 우체국도 1조↑
저축은행 수신잔액 안정적 유지
당국 "뱅크런 원인 파악 중"
새마을금고의 부실 우려로 뱅크런(대규모 자금인출) 조짐이 있던 이달 첫 주 동안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8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몰렸다. 새마을금고에서 예치금을 뺀 소비자가 파산 가능성이 작은 대형 은행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뱅크런 조짐이 있던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7조8471억 원 증가했다. 일주일 만에 지난달 한 달 동안의 정기예금 증가 폭인 4조6827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조1979억 원)보다 1조6492억 원 늘어난 수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 사태가 있었던 이달 초에 한 예금상품의 잔액이 두 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면서 “파산 우려가 거의 없는 대형 은행들에 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우체국예금에도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금예금 잔액은 7일 기준 83조8697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742억 원 늘었다. 증가분에 새마을금고 사태와 관련이 없는 고액 법인자금 3000억 원이 포함됐음을 감안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2601억 원)보다 증가 폭이 4배 이상 커졌다.
우체국은 예금 전액을 보장하기 때문에 새마을금고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체국예금은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가 원금과 이자를 전액 보장한다. 그러나 새마을금고 예금은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예금자보호기금인 1인당 이자와 원금이 포함된 5000만 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은 반사 이익을 크게 보지 못했지만, 안정적인 수신 잔액을 유지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이달부터 예금 잔액이 오르고는 있지만, 새마을금고에서 빠져나간 예금이 저축은행권으로 들어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일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115조 원으로, 전월 말(114조9000억 원)보다 1000억 원 늘었다.
범정부 합동대응책이 나오자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조짐은 수그러들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1일부터 14일까지 중도 해지한 예·적금을 21일까지 재예치하면 최초 가입 조건과 똑같은 이율을 적용하고 비과세 등 기존 혜택을 유지하는 조치를 내놨다.
시중은행과 우체국예금 잔액도 정부와 새마을금고의 이런 조치 이후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30조721억 원으로, 7일부터 13일까지 4영업일 동안 492억 원 감소했다. 이날 우체국 정기예금 잔액은 83조8235억 원으로 같은 기간 462억 원 줄었다.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은 7일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이탈 규모 축소세가 이어졌다는 것이 정부와 새마을금고 측 설명이다. 정부에 따르면 12일 오후 2시 기준 새마을금고 중도해지 예·적금 재예치 건수는 1만2000여 건을 돌파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상생금융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새마을금고 뱅크런 조짐과 관련해 “최근 워낙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경제에 주는 압력이 크다 보니 경제적으로 약한 지점에서 균열이나 파열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행히도 뱅크런에 대한 우려가 잦아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