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600억 횡령사고 후 금감원 재발방지책 내놔
장기근무자 비율제한, 명령휴가제, 순환근무제 등 안지켜져
금감원 "2025년부터 내부통제 혁신안 적용"
3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 은행검사2국은 4월 말 경남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경영유의 사항 16건과 개선 사항 30건을 통보했다. 경영유의 사항과 개선 사항은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 지도 성격의 조치다.
당시 검사는 2021년 시기의 내용이 주 대상이었는데 PF 부서에 근무 중이었다. 금감원은 부동산 PF와 내부통제와 관련한 사항을 지적하긴 했지만, 횡령은 발견하지 못했다. 관리감독이 사전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경남은행이 부동산 PF에 대해 사업장별 사업성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건전성을 분류하지 않고, 대출 상환이 장기간 지연될 때마다 자산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등 관련 업무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또 징계자에 대한 인사관리 내부통제를 강화하라고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검사는)PF 대출의 사업장이 제대로 가동되는지, 건전성 분류가 제대로 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이번 횡령 사고는 PF 대출의 사업 진행과 관계 없이 돈이 오가는 자금 관리 문제인 만큼 검사 영역과 대상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횡령 사고를 낸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소속 직원 이씨는 올해 1월 투자금융기획부로 자리를 옮겼지만 직무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지속적으로 횡령 사실을 감출 수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횡령사고 후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장기 근무자 비율 제한 △장기 근무 승인시 채무 및 투자 현황 확인 등 사고위험 통제 △명령휴가 대상자 본점 직무까지 확대 △순환 근무제 정착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경남은행 횡령 사고에서 금감원 대책은 무용지물이었다. 이씨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했다. 강제휴가를 통해 이씨의 행동을 구체적으 들여다볼 수 있는 명령휴가제도 시행되지 않았다. 전문 업무에 장기간 근무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순환 근무제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경남은행 횡령은 지난해 내부통제 혁신방안 시행하기 전인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것이다"라면서 "혁신 방안 발표 당시 기준으로 은행별 장기 근무자가 얼마나 됐는지 검토했고, 장기근무자 비율 준수 의무는 인사 관리 측면을 고려해 오는 202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내부통제 혁신 방안이 잘 이뤄지지 않아 경남은행 횡령사고가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횡령 사고는 계좌를 일일이 다 까봐야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타깃을 정하고 검사하지 않는 한 확인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면서 "경남은행 횡령은 사고자가 가족 등 제3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사고자가 직접 본인이 송금하고 확인할 사람이 없었던 경남은행의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반복적인 횡령사고를 CEO 책임을 명확히 해 방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들의 경각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횡령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냐의 차이"라면서 "사고가 생겼을 때 CEO의 책임을 묻는 제도를 마련하면 CEO가 계속 관심을 갖고 직원교육을 진행하는 등 경각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