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2008년 두 차례 수도권 압승
당시 YS·MB 총선 정국 주도
‘정권 견제론’ > ‘정권 지지론’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 위기론은 윤석열 대통령으로까지 옮겨붙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 21대 총선 때 두드러진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인데 대통령 지지율이 57~59%까지 갔다. 당 지지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 지지율”이라며 “중요한 것이 민주당을 찍어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것이냐, 아니면 윤석열 정부를 지지해 줄 것이냐는 것인데, 두 가지 지표가 안 좋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총선에서 ‘대통령 지지율’을 강조한 데에는 과거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보수 정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했던 때는 1996년 15대 선거와 2008년 18대 선거이다. 두 차례 수도권 바람을 일으켰던 중심에는 대통령 변수가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1996년 치러진 선거에서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서울 47곳 중 27곳을 석권했다. 여당은 당시 1995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으로 악재를 맞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의 운동권 김문수·이재오부터 ‘모래시계 검사’라 불리던 홍준표 등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인재 영입을 했다. 홍준표(서울 송파갑), 이재오(서울 은평을), 김문수(경기 부천 소사구), 안상수(경기 과천·의왕시) 등이 서울·수도권에서 대거 당선되며 승리했다.
2008년에 있었던 18대 국회의원 선거도 ‘MB 바람’이 불던 때였다.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친박연대와 자유선진당 등의 출현으로 계파 갈등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허니문 선거라 ‘정권 안정론’에 무게가 실렸다. 서울 시장 출신이자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던 이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111개 지역구 중 서울 40곳을 포함해 총 81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2008년 2~5월 사이 한국갤럽에서 진행한 이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2%였다.(자세한 내용 한국갤럽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 중반대를 웃돌고 있다. 21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7%포인트(p) 하락한 35.6%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2.2%p 오른 61.2%였다.(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무엇보다 9일 발표된 매트릭스 여론조사에서 ‘정권 견제론’이 44.9%, ‘정권 지지론’이 40.2%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섰다.(95% 신뢰수준에 ±3.1%p)
이준석 전 대표는 21일 자신의 SNS에 ‘지역별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지표를 올리며 “도대체 이 상황에서 ‘서울은 우세’, ‘경기도는 박빙’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머리 박은 타조같이 애써 부정하는 이유가 뭐냐”라며 ‘정권 견제론’이 우세한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영남, 강원 의원들이 또 자신들만 공천받으면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는 생각에 당을 망가뜨리려고 하냐”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도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당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검사 공천설’, ‘비대위설’, ‘유승민·이준석 포용론’으로 변화하며 총선 위기감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