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자들에게 “마더 러시아의 유산을 잊지 말라”
작년엔 나토 가리켜 “러시아에 짖는다”는 표현으로 논란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모인 러시아 가톨릭 신자들을 대상으로 화상 연설을 했다.
교황은 “유산을 절대 잊지 말라. 여러분은 위대한 마더 러시아의 상속자들”이라며 “이는 성인과 왕들의 위대한 러시아이자 표트르 1세와 예카테리나 2세의 위대한 러시아, 위대한 문화와 인류의 제국”라고 말했다.
표트르 1세와 예카테리나 2세는 러시아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과거 러시아의 유럽 정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이들이 통치했던 시기의 ‘위대한 러시아’를 언급하기도 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 줄곧 평화를 지지했고 러시아군에 맞선 우크라이나군을 순교자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으로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교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레흐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러시아의 만성적인 침공 원인인 강대국 사상이 교황 입에서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헨드리크 일베스 에스토니아 전 대통령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정말 역겹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교황의 발언이 문제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교황은 이탈리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주둔지 확대가 모스크바를 도발했다고까진 할 수 없지만, 침공을 촉발했을 수는 있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나토가 병력을 러시아 인근 국가에 주둔시킨 것과 관련해 “짖었다(barking)”는 표현을 써 논란을 키웠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의 과거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듯한 교황의 발언이 비난을 받고 있다”며 “교황은 과거 나토를 탓하는 것처럼 보이는 논란의 발언을 했고 푸틴의 이름을 밝혀 러시아를 규탄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