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규제·AI 관한 정부 간 대화 합의도
대만·미국 수술통제 대해서는 대립
바이든,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강조
공동성명 없어 ‘본질적 변화’ 없다는 지적
1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회담은 참모진과 함께한 확대 회담을 시작으로 3대 3 업무 오찬, 정상 간 대담 및 산책 등 총 4시간으로 구성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전 모두 발언에서 “이번 회담의 목적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언제나 그랬듯 대면 회담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 같은 두 대국에 있어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며 “이 지구는 두 국가가 성공할 만큼 충분히 크고 한 국가의 성공은 다른 국가에 기회가 된다”고 화답했다.
정상회담 후 양국은 고위급 군사 대화 창구를 복구하기로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군사 통신을 재개한다는 것은 공석인 중국 국방부장이 새로 취임하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라며 “고위급보다 훨씬 낮은 직급에서의 대화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펜타닐 규제도 합의했다. 그간 미국에선 중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자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의 오남용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중국은 자국 내 펜타닐 원료 제조사를 단속하기로 했다. 대신 미국은 중국의 제재 일부를 해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두 정상은 인공지능(AI)에 관한 정부 간 대화를 구축하고 양국을 오가는 직항 항공편을 추가하는 데 동의했다.
다만 회담에선 대만과 수출 통제를 놓고 신경전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과 대만의 평화로운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이 부과한 수출 통제와 투자 심사는 중국의 정당한 이익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며 “미국이 일방적인 제재를 해제하고 공정한 조처를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회담 후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에 맞서는 데 사용될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응수했다. 또 중국에 구금된 미국 국적자에 대한 석방과 인권문제 개선 등을 요구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영속적인 공약을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갈등이 극에 치닫던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재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선 회의론이 존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봉쇄와 이란 핵 보유 방지, 기후변화 대응, 금융위기 공조 등을 합의하던 시절은 끝났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에 기술을 수출하는 중국의 문제를 다룰 계획이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변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내년 대선 승리와 경기회복이라는 국내 과제를 각각 안고 있는 양국 정상이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인 봉합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담 후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은 점도 이를 대변한다는 평가다.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선임연구원은 “이는 양국이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조 리우 연구원 역시 “펜타닐과 군사 대화 합의는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합의가 양국 관계의 구조적 과제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