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지주회장 리스크도 영향
은행 측 "뚜렷하게 정해진 일정 없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각종 리스크에 둘러싸인 가운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속도가 더디다. ‘연내 시중은행 전환 추진’이라는 대구은행의 목표가 무색하게 내년 1월에야 전환 기준이 마련되고 이에 맞게 대구은행이 인가신청서를 내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 중 은행법에 기반해 대구은행 시중은행화에 필요한 심사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전례가 없어 그간 은행법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중 어떤 법령을 기준으로 시중은행 전환 절차를 밟을지 내부 논의를 거쳤다. 그 결과, 은행법을 신청 절차의 근거 법령으로 삼기로 했다. 금융위가 다음 달 구체적인 심사기준을 발표하면 이후 대구은행으로부터 전환 신청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금융위는 대구은행으로부터 먼저 영업정책, 상품 전략 등을 포함한 전환 인가 신청을 받고 나서 내부적인 절차 검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었다.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공식화한 7월 당시 대구은행 측이 “9월 중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마무리하고 연내 전환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작업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는 내부 논의를 통해 전환 절차에 적용할 법령에 따른 심사기준부터 발표한 뒤 대구은행으로부터 인가 신청을 받기로 했다. 대구은행의 준비 상황에 맞춰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여러 위험 요인을 맞닥뜨리면서 시중은행 전환 속도가 느려진 탓이다. 앞서 8월에는 대구은행 직원 수십 명이 고객 동의 없이 1000개가 넘는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부당하게 개설한 정황이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은행 직원 대상 소명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의 제재 수위가 결정되면 금융당국은 이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화 여부에 반영할 전망이다. 계좌 임의개설 적발 이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 전환신청을 하면 인가 심사 과정에서 법에 정해진 사업계획의 타당성,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을 보게 돼 있다”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금융사고 등이 (이런 기준에 따라) 고려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주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전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검찰은 13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82억 원을 구형했다. 앞서 김 회장은 대구은행이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거액을 건네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구형 단계이긴 하지만, 시중은행 전환 심사에서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법상 금융위의 은행업 인가 요건에는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능력·건전한 재무상태·사회적 신용을 갖춰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음 달 예정인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연내 인가 신청을 목표로 삼았던 대구은행 측은 현재 “뚜렷하게 정해진 일정이 없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금융당국이 심사기준을 정비하고 발표한 뒤 인가신청서를 제출하며 첫발을 내디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현재 금감원과 증권계좌 부당 개설 등 대구은행을 둘러싼 금융사고, 사법리스크 등 구체적인 사안을 들여다보며 심사기준 마련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준비되는 상황을 봐 가면서 전환 절차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