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도 3월 말부터 순차지급
별도신청 없어도 본인계좌 이체
1인당 평균 80만워씩 환급 혜택
일각 "비금융부문 지원 병행을"
# 남대문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 2억5000만 원가량의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 A 씨는 5일 해당 은행으로부터 대출이자 캐시백을 200만 원 넘게 입금받았다. 그만큼 대출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지만 덕분에 A 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 도매업을 운영 중인 60대 사업자 B 씨는 자금 유동 상황이 어려워 추가 사업자 대출을 받으려 했으나 대출 한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70만 원가량의 이자를 환급 받으면서 당장 급한 자금을 메울 수 있었다.
5일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이자 캐시백이 본격 시행됐다. KB국민은행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26만 명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작년 납부이자에 대한 캐시백 2617억 원을 일차적으로 지급했다. 카카오뱅크도 같은 날 4만 개인사업자에 172억 원가량의 이자 환급에 나섰다.
이자 환급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별도 신청 없이 이뤄진다. 사업자대출을 받은 해당 은행에서 별도 신청 없이 해당 사업자 명의의 계좌에 이체해 준다.
이렇게 이자 환급을 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은 188만 명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1인당 평균 80만 원의 이자 환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자 환급 시행 첫날을 맞아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추가 지원책을 위한 소통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방문해 전통시장 상인들과 직접 만나 민생금융 지원책이 차질 없이 시행되고 있는지 살폈다. 시장 상인들도 이번 지원책을 통해 설 명절을 앞두고 필요한 자금을 운용할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상인은 “명절을 앞두고 당장 직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했는데, 이자 환급을 통해 받은 자금으로 직원들에게 소소한 떡값이라도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이자 환급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상공인의 부채보유율과 사업체당 부채금액이 모두 증가함에 따라 실제 비용 부담을 경감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소상공인 부채보유율은 2019년 51.9%에서 2022년 59.3%로 늘었다. 소상공인 평균 부채금액도 2019년 평균 1억7100만 원에서 2022년 1억8500만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부채 상환은 아직 개인사업자 대다수가 경험하는 애로사항은 아니지만, 영세 사업자를 중심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서 소상공인의 52.2%는 부담을 느끼는 사업체 운영비용으로 금융비용을 꼽았으며, 89.7%가 현재 대출 상환 부담을 ‘힘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이자 환급은 설 명절을 앞두고 소상공인의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상공인은 재난 발생 시 필요한 정책으로 보조금 지원(70.6%), 융자 확대(33.4%), 사회보험료 완화(16.7%)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은행권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자 환급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비금융 부문에 대한 지원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상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은행권 개인사업자 상생금융 행보의 의의’ 보고서를 통해 “은행은 실효성 있는 컨설팅·정보 제공을 통해 경영·세무·노무·법인전환 등 부문에서 개인사업자를 지원해 상생금융의 효과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런 점에서 은행권의 자율 프로그램 지원에도 관심이 쏠린다. 은행권은 서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방안의 세부 내용을 3월 말까지 확정해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은행권은 자율 프로그램에 애초 계획 대비 2000억 원 늘어난 6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이들이 내놓을 지원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민생금융 지원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자율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소상공인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애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