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장외 여론전 ‘후끈’
ISS, 고려아연 배당 ‘찬성’
… 유상증자 안건 ‘반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과 영풍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75년 간 동업자 관계를 유지해오던 양측은 정관 변경과 배당을 두고 장외 여론전까지 불사하는 모습이다.
1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영풍그룹의 주요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그간 양사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1시간 간격을 두고 정기 주총을 치렀으나 지난해부터 50년 가까이 이어온 관행을 깨고 다른 날 진행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최기호ㆍ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이 모태다. 1970년 영풍 석포제련소, 1974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설립한 아연 제련사업을 주요 기반으로 한다. 최씨 일가는 온산제련소, 장씨 일가는 석포제련소를 각각 맡아 경영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지분 소유는 양측에서 비슷한 규모로 갖고 있으나, 경영은 최씨 일가가 책임지는 구조로 이어져 왔다.
최근에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에 유상증자하고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었는데, 장 씨 측은 지분율이 낮아진다며 반대하는 등 양측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 삭제 등의 안건을 상정했다. 다만, 액면 총액 400억 원이라는 신주 발행 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영풍은 배당금을 주당 1만 원으로 올리고 정관은 그대로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풍은 “주주권익의 심각한 침해와 훼손이 우려된다”며 “3자 배정 증자가 가능하도록 정관 개정이 이뤄지면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배당금을 두고도 충돌한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19일 이사회에서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1주당 5000원으로 확정했다. 중간 배당액 1만 원을 합치면 지난해 현금배당액은 1만5000원이다. 그러나 영풍 측은 전년(2만 원) 대비 배당액이 적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데, 기업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며 “영풍의 주장은 주주권익이 아니라 배당금이 축소되면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고려아연의 안건 중 현금배당은 고려아연을, 유상증자 관련 정관 변경엔 영풍의 손을 들어줬다. 정관 변경을 위한 의안의 경우 외국의 합작법인에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