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중국 응원단의 야유에 손가락으로 3대 0을 그려 응수한 장면이 화제가 됐다.
한국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6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이강인의 결승골로 1대 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차 예선을 5승 1무 무패(승점 16)로 마치며 조 1위로 3차 예선에 진출하게 됐다. 3차 예선은 18개 국가가 3개 조로 나뉘어 치러진다. FIFA 랭킹에 따라 한국은 일본, 이란과 1번 포트에 자리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날 만원 관중을 이룬 경기장에는 중국팬들 3000여 명도 원정석을 채웠다. 이들은 경기에 앞서 손흥민과 다른 한국 선수들이 호명되자 손가락을 들며 욕을 하거나 야유를 퍼부어댔다.
전반 44분 이강인의 롱패스를 쫓아 골라인을 넘어갔던 손흥민에게 중국팬들은 난데없는 야유를 쏟아냈다. 그러자 손흥민은 고개를 돌려 중국 원정석을 쳐다본 뒤 씨익 웃었다.
그러고는 왼손으로 손가락 3개를 펼치고 오른손으로는 0을 만들어 보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국 원정에서 한국이 중국에 3대 0 완승을 한 것을 상기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경기 후 손가락으로 '3-0'을 만드는 제스처를 보인 것에 대해 "특별히 야유받을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우리 홈에서 그렇게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 팬들을 무시한다는 생각을 받았고, 선수로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에 우리가 이겼던 스코어를 제스처로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중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데, 잘 말리지 않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라며 "오늘 좋은 경기를 했고 승리한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장면은 중국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경기 직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검색 순위 상단에 '손흥민 도발'이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