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가아파트 경매시장이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용산구와 강남구 등 서울 핵심지 초고가 단지는 물론, 주요 재건축 아파트 등 종류와 연식을 가리지 않고 경매시장에서 줄줄이 낙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경매시장은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분류되는 만큼 향후 서울 아파트값 추가 상승 가능성에도 힘이 실린다.
19일 부동산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1일 이후 경매를 진행한 서울 아파트(감정가 20억 원 이상) 가운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100% 이상을 기록한 물건은 총 8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 내 초고가 아파트 대명사 격인 나인원한남과 타워팰리스가 잇따라 경매시장에서 낙찰되면서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날 서울서부지법 경매 1계에서 진행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44㎡형은 113억3700만 원에 낙찰됐다. 해당 매물 감정가는 108억5000만 원이었지만 감정가보다 5% 비싼 수준에서 최종 낙찰됐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경매 1계에선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59㎡형이 감정가 42억2000만 원의 110% 수준인 46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타워팰리스 내 해당 평형과 비슷한 규모 매물의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 때 부르는 값)는 이날 기준 45억~46억 원 안팎에 형성돼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서 낙찰가격이 결정됐다.
초고가 아파트와 함께 강남지역 주요 재건축 단지도 경매시장에서 낙찰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경매 7계에서 열린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 전용 64㎡형은 최종 30억8880만 원(낙찰가율 101%)에 낙찰됐다. 감정가 30억6000만 원보다 2880만 원 비싼 수준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 밖에 지난달 21일에는 중앙지법 경매 1계에서 열린 강남구 대치동 우성 전용 200㎡형 경매에선 감정가 51억7000만 원보다 약 1억3000만 원가량 비싼 53억178만 원(낙찰가율 103%)에 최종 낙찰자가 정해졌다.
경매는 낙찰 후 단기간 내 잔금을 내야 하므로 고가 경매 물건의 경우 자금조달계획이 확실한 경우에만 참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매 보증금을 최대 20%까지 즉시 내야 하고, 잔금도 45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 이런 제약에도 고가아파트 경매시장이 최근 활황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고가아파트 수요가 늘었고, 장기적으론 집값 우상향을 예상해 핵심지 주택을 선점하려는 투자자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경매시장과 함께 매매시장도 동반 강세를 보인다. 부동산 정보 앱 아파트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실거래가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거래는 이날 기준 4건이다. 지난해 일 년 동안 100억 원 이상 주택 거래가 4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반 년 만에 지난해 기록을 넘어선 셈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초고가 주택의 경우 부동산시장에서 장기적으로 희소성이 더 커지고, 집값 추가 상승 인식이 강하므로 경매시장에서 강세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경매를 통한 주택 매수의 경우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받지 않아 실거주 의무도 없고, 시세보다 저렴한 만큼 저가 경매 물건을 노리는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지역 핵심 단지들은 아직 전고점을 넘어서지 않았지만, 신고가 단지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여전히 규제가 지속해 집값이 좀 눌려있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을 통해 추가 매수에 나설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