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서 본격 운영 시작...최소 주문금액 맞추면 무료배달
900개 상점 입점 완료…점주에 가입비 부과도 안해
업계 “대규모 투자 없인 두각 어려울 듯”
hy(옛 한국야쿠르트)가 배달앱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요기요 3강 구도 속에서 식품업계의 도전장에 시장이 재편될지 주목된다. 가맹점주에겐 업계 최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고객에게 최소주문 금액만 넘기면 배달비가 무료인 만큼, 기존 업계는 사뭇 긴장하는 모양새다.
hy는 27일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핵심 기치로 한 배달앱 서비스 ‘노크(Knowk)’를 출시하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노크는 영어단어 노(Know·알다)와 K-로컬(local)의 합성어로 ‘지역 상권을 알아 가다’는 뜻이다. ‘고객 집 문을 두드린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노크앱은 우선 서울 강서구에 한해 운영한다.
노크는 지역 상권과의 협업과 상생에 초점을 맞춘 ‘착한 배달앱’을 핵심 비전으로 삼고 있다. 소비자와 음식 점주 부담 최소화에 방점을 찍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고객은 상점이 설정한 최소 주문 금액만 맞추면 배달료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점주에는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5.8%)을 적용했다. 점주에 광고비와 가입비도 부과하지 않는다. hy는 공정한 정보를 주기 위해 고객 만족도를 기준으로 상점을 노출하는 한편 배달 서비스와 음식 품질을 분리해 평점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hy는 가맹점의 홍보 활동도 적극 지원한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상점 방문 콘텐츠를 제작해 노크 앱에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동네 정육점, 반찬가게 등 신선식품과 비식품 영역까지 배송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hy의 이러한 합리적 운영 방식이 이미 입소문을 타, 현재 최초 서비스 지역인 강서구 지역 내 900개 상점이 노크 입점을 마쳤다.
hy는 노크 출시를 기점으로 ‘종합유통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노크를 출시하기에 앞서 지난해 4월 배달앱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를 8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투자도 단행했다.
배달앱 업계는 hy의 노크 출시에 따른 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이 3강 체제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이들 3사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이 가운데 배민이 60%가량 비중을 차지하면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3사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맹점주와 라이더(배달원)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다.
hy 노크의 최저수수료율은 가맹점주에겐 혁신적인 시도다. 현행 배달앱 시장 3강 구도에서 무료배달을 하고 싶어도 가맹점주의 부담이 만만찮다. 배민의 경우, 무료배달업체가 되려면 6.8% 수수료에 점주가 배달비 2500~3300원을 부담하는 ‘배민1플러스’에 가입해야 한다. 쿠팡이츠도 9.8% 수수료에 배달비 2900원인 ‘스마트 요금제’를 점주가 가입해야 한다. 요기요 또한 비슷한 혜택을 누리려면 점주가 수수료 12.5% 부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hy가 그간 가맹점주의 최대 불만인 배달비 부담 구조를 타파하는 최저수수료율 정책을 선보였다”며 “과연 얼마나 유지할지 의문이나, 현재로썬 파격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후발주자인 hy 배달앱 성공 여부에 대해 관련 업계는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달플랫폼 업체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무료배달 경쟁을 벌이면서 배민, 요기요 등 기존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hy가 부릉의 배달대행 노하우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출했지만, 대규모의 투자 없인 배달앱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배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방문판매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음식배달업에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며 “hy가 신선식품 배송사업에 진출했을 때 경험을 반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hy 관계자는 “노크는 단순 배달 중개플랫폼이 아닌 hy의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지역 상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거래와 부대 정보를 디지털화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hy는 노크 사업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로컬 배송에 강점을 가진 ‘프레시 매니저’와 협업 모델 구축에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