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서 개혁파 1위 이변...내달 결선 투표

입력 2024-06-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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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개혁파 후보, 보수 강경파 제치고 1위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내달 5일 결선 투표
가장 유력했던 갈리바프는 10%대 탈락
경제난·인권탄압 등 민심 자극한 듯

▲이란 대통령선거 1차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한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테헤란/AFP연합뉴스
이란 대통령선거가 1차 투표에서 매듭짓지 못한 가운데 개혁파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2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 1차 투표 개표 결과 개혁파 후보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득표율 42.5%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강경 보수파이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사이드 잘릴리였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되던 또 다른 강경 보수파 후보인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13.8%에 그치면서 최종 탈락했다.

이번 선거는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에 따른 보궐 선거로, 1차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두 후보 간 결선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결선 투표는 내달 5일로 예정됐다.

1위에 오른 페제시키안은 입후보한 5명 중 유일한 개혁파 후보다. 2009년 민주화 운동으로 이름을 알렸고, 2022년에는 20대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사건과 관련해 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 갈리바프가 탈락 후 잘릴리 지지를 선언하면서 여전히 보수 강경파가 유리한 상황이지만, 개혁파 후보가 대선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이란 안팎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애초 이번 선거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를 둘러싼 중동 긴장 심화로 인해 강경 보수파에 유리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미국과의 핵 합의 폐기 이후 지속된 경제난과 보수 정권의 부패, 인권 탄압 등이 이란 시민을 지치게 하면서 선거 판도가 뒤집어졌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투표율만 봐도 약 40%로 1979년 이란 공화국이 수립된 이래 가장 저조했다. 이는 강경 보수파가 지지층 결집에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보수 강경파의 부진에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1939년생으로 후계자 찾기에 분주한 하메네이는 강경파 대통령의 지원 속에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려 했지만, 상황은 그에게 유리하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85세인 하메네이는 승계를 이끌 대통령을 원하지만, 이번 선거는 그의 집권에 가장 큰 위협으로 여겨지는 민심을 깨울 수도 있다”며 “이란 최고지도자가 민심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에 개입을 시사하면서 중동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란 주유엔 대표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상대로 전면전을 감행한다면 말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모든 전선에서의 완전한 참여를 포함한 전체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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