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외국인 투자 수요에 불붙은 ESG 경영 경쟁
보고서 발간 방식‧강점 다양…회사별 전략 돋보여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 내에서 ESG 경영 바람이 분 데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ESG 투자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신탁은 올해 6~7월에 걸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을 모두 완료했다.
일명 ‘이‧마‧코’로 불리는 세 회사가 모두 ESG 보고서를 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대체투자 업계가 지속가능경영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기념비적인 해이기도 하다.
ESG 보고서는 2022년 말‘2022 ESG 보고서’를 낸 마스턴투자운용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어 코람코자산신탁이 지난해 9월 처음으로 ‘2023 ESG 보고서’를 냈다. 여기에 이지스자산운용까지 올해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처음 내면서 3대 부동산 자산운용사가 ESG 경영에 시동을 걸게 된 것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세 회사가 평소 경쟁 구도로 움직였던 점이 ESG 기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각 회사가 부동산 대체투자에서 경쟁을 벌이던 것이 ESG 경영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셈이다.
세 회사가 ESG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으로 보고 있다. 당시 서울 강남구 오토웨이 타워를 운용하는 이지스자산운용 펀드가 GRESB 평가에서 2년 연속 역대 최고점(94점)을 받은 점이 영향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에 이어 지난해 마스턴투자운용과 코람코자산신탁도 GRESB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고, 이후 ESG 관련 활동에서 경쟁하며 보고서 발간으로 이어졌다.
최근 공제회 등의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가 ESG 투자를 요구한 점도 ESG 보고서 발간에 불을 지폈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공제회와 연기금에서 ESG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때마다 산발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제출하는 것보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투자자 니즈에 맞춰 정례화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ESG 보고서는 세 회사별로 특징이 다르다. 우선 보고서 발간을 위해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은 회계법인 등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을 거치고 코람코자산신탁은 내부에 전문가를 두고 보고서를 자체 제작한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ESG 위원회와 ESG 전략팀에 ESG에 저명한 전문가가 있다”며 “내부에서 국제표준(GRI)에 맞춰 자체 제작 후 제3자 인증 기관인 로이드인증원(LRQA)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한 번 더 거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별로 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업계에서 경영 차원의 ESG 실천 방안을 밀도 있게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스턴투자운용은 기존 ‘ESG 보고서’를 올해부터 경영 성과가 포함된 ‘통합보고서’ 형태로 발간해 통합적 분석이 눈에 띈다는 평이다. 코람코는 ESG 성과를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