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뭐길래...'우병우 사태' 부른 비극의 씨앗

입력 2024-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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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왼쪽)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에 앉고 있다. 2024.10.23.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특별감찰관 추천을 놓고 당 내분이 격화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친윤(친윤석열)계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돼야 하는 등 여야 협상 전략의 일환인 특별감찰관 추천을 당대표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친한동훈)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며 맞서는 형국이다.

당을 순식간에 내홍으로 이끈 ‘특별감찰관’ 제도는 무엇일까.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이들을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대통령 소속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다. 대통령 소속이지만,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6월에 신설된 이 제도는 2016년 9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사퇴한 뒤 8년째 공석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문 정부와 당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대통령의 친족, 현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의 전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공수처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특별감찰관은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이석수 특별감찰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선서문을 이상민 위원장에게 전달 후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2015.03.24. (뉴시스)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15년 이상 판사, 검사 등으로 재직한 변호사 중에서 3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추천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후보자 1명을 특별감찰관으로 지명한다. 이후 해당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된다. 임기는 3년이고, 중임할 수 없다.

특별감찰관은 감찰대상자의 비위행위에 대한 정보가 신빙성 있고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경우 감찰에 착수한다. 다만 특별감찰관법 22조에 따라 특별감찰관을 비롯해 감찰관실에 파견된 공무원은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 감찰 내용을 외부에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 감찰행위 외에 다른 목적으로 감찰권을 남용해서도 안 된다.

이런 특별감찰관은 출범 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무용지물’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2015년 9월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에게 취임한 지 6개월 동안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에 대한 감찰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당시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던 박 전 대통령 이종사촌 형부 윤 모 씨에 대해 감찰관실이 몰랐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임명 6개월이 지났는데 감찰 대상의 행위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그간 전혀 활동하지 않았나”고 따져 물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수사는 검찰, 감사는 감사원, 포괄적 감찰은 민정이 한다면 특별감찰관은 앉아서 돈 받으라고 만들었느냐”며 “허수아비 소리 안 들으려면 적극적으로 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감찰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돼 있는 것을 ‘국회 보고’로 바꿔야 한다 등 제도 보완 목소리도 나왔다.

▲감찰내용 누설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28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 8월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진행 상황을 알려준 혐의로 고발당했다. 2016.10.28. (뉴시스)

이후 이 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가족회사 정강을 통한 세금 회피, 재산 축소 의혹(횡령), 아들의 병역 특혜 논란(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우병우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감찰을 개시,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박 정부는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이 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한 언론사 기자에게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검찰은 이 감찰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이 감찰관은 정상 업무가 어렵다며 2016년 8월 사표를 냈다. 이 시기 감찰관실에서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과 연관돼 있었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박 전 대통령은 이 감찰관의 사표를 25일 만에 수리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의 의혹을 감추기 위한 청와대의 꼼수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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