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1억 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진 데다 최근 압구정동 등 강남권 대형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가격이 많이 오른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7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135㎡ 초과) 평균 매매가격은 21억777만 원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21억 원을 넘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6년 1월 이후 최고가다.
서울 대형 아파트값은 최근 1년간 많이 올랐다. 1년 전(18억6202만 원)과 비교하면 13.2%(2억4575만 원) 올랐고, 2년 전보다는 14.1%(2억6010만 원)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강북지역(한강 이북 14개 구)의 대형 아파트 평균 매맷값이 15억7675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4.2%(1억9661만 원) 올랐다. 강남지역(한강 이남 11개 구) 평균 매맷값은 22억7588만 원으로 조사돼 강남·북 간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에서는 초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서초·송파구의 대형 아파트들이 평균 매맷값을 끌어올렸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56.86㎡형은 지난달 12일 44억9000만 원(27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지난해 5월 34억8000만 원(11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10억 원 넘게 오른 것이다.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37.24㎡형도 지난달 5일 29억3000만 원(35층)에 매매 계약을 마쳐 나흘 전 세웠던 28억 원(49층)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해당 주택형은 지난해 11월 24억∼26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1년 만에 최고 5억 원이 올랐다.
압구정동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사업에 속도가 붙으며 최근 몸값을 더 불리고 있다. 압구정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현대2차 전용 160.28㎡형은 지난달 5일 42억8000만 원(6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현대6차 전용 144.2㎡형도 지난달 4일 37억5000만원(9층)에 거래되며 역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해당 주택형은 전달 36억 원(3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억5000만 원이 올랐다. 지난해 6월(29억 원)과 비교하면 1년 5개월 만에 8억5000만 원이 오른 셈이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54㎡형이 지난달 7일 42억 원(21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11월 39억8000만∼40억8000만 원에 거래된 것보다 최대 2억 원가량 가격이 올랐다.
송파구에서도 대형 아파트값이 20억 원을 넘기는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신천동 더샵스타파크 전용 208.28㎡형의 경우 10월까지 20억 원을 넘는 거래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20억1500만 원(17층)에 거래되며 처음 20억 원을 넘겼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36.33㎡형은 지난달 16일 20억 원(13층)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며 처음으로 20억 원 선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17억 원 안팎으로 매매거래돼 1년 만에 3억 원 올랐다.
강북 지역에서는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의 대형 아파트가 평균 매매값 상승을 견인했다. 마포구 하중동 한강밤섬자이 전용 168.15㎡형은 지난달 2일 23억 원(24층)에 팔리며 전달 19억9000만 원(6층)보다 3억 원 넘게 올랐다.
강북 대표 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전용 168.37㎡형은 지난달 3일 42억5000만 원(24층)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1.05㎡형은 지난달 9일 76억 원에 계약서를 써 역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초고가 아파트 중심의 대형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지는 의문이다. 보유세 강화와 공시가격 인상 및 현실화 등 여파로 가격 상승세가 다소 꺾이지 않겠느냐는 진단과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가격을 떠받칠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