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급망 자급자족 계획 윤곽…칩·배터리 등에 보조금

입력 2022-01-17 15:45수정 2022-01-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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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안 포함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안' 국회 제출
2023년 운용…희토류·의약품도 포함 예정
중장기적 산업 성장 저해하고 WTO 규정 위반 지적도

▲사진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일 기업 경영인들과 신년 회담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의 전략 물자에 대한 공급망 자급자족 계획이 윤곽을 드러냈다. 반도체와 배터리 개발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새 경제 법안에 포함된 가운데, 일각에선 보조금 지급이 자칫 혁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와 기타 핵심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이 전략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금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 구조는 이날 정기국회에 제출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안’에 명기됐으며, 정부는 2023년 운용 개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계획안에 따르면 우선 당국은 공급의 안정적인 확보와 관련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품을 ‘특정 중요물자’로 지정하게 된다. 현시점에선 반도체와 의약품, 배터리 등이 거론된다.

이후 지원을 희망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이 연구개발 시설과 공장 투자 계획 등이 담긴 계획안을 제출한다. 계획안에는 일정 기간 이상 생산의 지속성과 기술 정보 관리의 지속성 등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확약이 포함된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정부는 이들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지원 금액과 기간을 설정한다. 또 추후 기업 실태조사와 필요 시 개선 요구 권한을 법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지원 물자 대상은 법안이 통과된 후에 추가될 수도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일본 소니그룹과 함께 구마모토현에 신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업에는 5000억 엔(약 5조2093억 원) 규모의 지원금이 투입될 예정으로, 이번 법안은 이 같은 지원책을 광범위하게 시행하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일본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간 보조금을 통해 하이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중국 정부를 ‘국제규칙 위반’으로 비난해 왔던 이들은 이제 자국 산업 지원책을 꺼내 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6월 반도체와 의약품 등 일부 주요 물자를 지정하고 국내 생산 지원 방침을 정했다. 현재 의회에서 520억 달러(약 62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 지급안이 논의 중이다. EU는 지난해 5월 원재료와 전지, 수소 등 6가지 전략 물자를 선정하고 마찬가지로 생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이러한 보조금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혁신을 저해하고 시장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조금 지급은 단기적으로는 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약한 기업의 퇴출을 막아 잠재력 큰 유망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조금 지급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닛케이는 “국가 관리를 통한 자국 산업의 보호가 지나치면 기업의 신진대사를 저해할 수 있다”며 “공정한 무역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WTO가 마련한 산업보조금 규범도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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