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찰 통한 수의계약 잇따라
건설사 "출혈 경쟁 피하자" 신중
조합원 "조건 고를 기회조차 없어"
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대형 건설사 10곳은 올 1분기에만 8조335억 원의 도시정비사업 수주고를 올렸다. 이 중 79.8%(6조4093억 원)가 수의계약으로, 경쟁입찰은 전체 34건 중 4건에 그쳤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SK에코플랜트는 모든 사업장에서 수의계약을 이끌어냈다.
삼성물산은 최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 리모델링사업과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사업에 단독입찰해 수의계약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앞서 코오롱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해 두 차례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으며,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방배6구역은 2016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을 빚다가 결국 시공사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이후 두산건설이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며 2파전을 벌이는 듯했으나 결국 삼성물산이 단독입찰했다.
롯데건설은 서울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무혈입성을 예고하며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28일 열린 성북구 돈암6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2차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강북구 미아3재정비촉진구역도 롯데건설의 수주가 유력시되고 있다. 미아3구역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롯데건설이 단독 참여해 유찰된 바 있다. 이 밖에 롯데건설은 동대문구 이문4구역 재개발사업 1차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향후 수의계약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장에 단독입찰하는 사례가 늘어난 배경에는 출혈 경쟁을 피하고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장에는 타사의 설계안을 깎아내리는 등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쳤다.
입찰 참가 자격 기준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이 과도한 입찰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입찰보증금은 건설사의 입찰 남발을 막기 위한 취지로 조합이 요구하는 보증금이다. 이문4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입찰 조건으로 ‘보증금 1200억 원’을 내걸었다.
정비사업장에서 건설사들의 무혈입성 사례가 늘어나면서 조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합은 경쟁입찰을 통해 다양한 설계안을 선택할 수 있는데 수의계약으로만 진행되면 시공사의 제안대로 사업이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무리한 경쟁을 피하고자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이 바뀌는 분위기”라며 “건설사는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어 좋지만, 수의계약이 관례로 굳어지면 시공사 선정 과정이 불투명해지고 시장의 발전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