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명함을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비행 중인 기내에서 객실승무원 사무장이 의문스러운 탑승객에게 말을 건네자, 주변 좌석에 앉아있던 평범한 승객들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제작보고회를 연 ‘비상선언’의 일부 내용이다.
정식 개봉을 앞두고 ‘비상선언’을 소개하는 이날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 김남길, 김소진, 박해준이 참석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이후 모처럼 모습을 드러낸 전도연은 “당연히 천만 관객이 넘을 영화”라며 작품에 각별한 기대를 표했다.
‘비상선언’은 비행기 테러리스트 진석(임시완)이 기폭제가 돼 벌어지는 항공 재난물이다. 비행 공포증을 뒤로하고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기에 오른 승객 재혁(이병헌)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기장 현수(김남길)와 객실승무원 사무장 희진(김소진) 역시 일촉즉발의 상황을 대처해 나간다.
한편 가족이 타고 있는 비행기를 안전히 착륙시키려는 베테랑 형사 인호(송강호)는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박해준)의 회의에 무작정 찾아간다.
하늘과 땅 두 공간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비상선언’은 ‘더 킹’의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아 2020년 제작됐다. 이듬해 열린 제74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당시 한재림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 등은 팬데믹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프랑스 칸을 방문했다.
통상 해외 영화제에서 최초 상영 후 국내 극장가에서 관객을 만나는 흐름과 달리 ‘비상선언’은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으로 국내 개봉일을 두 차례 미뤘다. 최종적으로 오는 8월 관객과의 만남을 확정 지었다.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은 “10년 전 (연출) 의뢰가 들어왔을 땐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감이 안 와서 못 했던 작품이다. 불행히도 그 10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 사회에 크고 작은 재난이 있었다. 그 재난들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면서 이 작품으로 할 말이 좀 생겼다”고 연출 계기를 전했다.
국토부 장관 숙희 역을 맡은 전도연은 “크고 작은 재난을 겪으면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말에 동의가 돼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브로커’에 이어 ‘비상선언’ 주연배우로 관객과 다시 만나게 된 송강호는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는 가족, 이웃, 사회 공동체에 대한 것을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어른스럽게 표현한 작품이라 반가웠다. 우여곡절 끝에 여러분에 작품을 소개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비행공포증을 안고 기내에 오른 젊은 아빠 재혁 역을 맡은 이병헌은 “가만히 있어도 약이 필요한 힘든 상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난이 시작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지 생각하며 있는 힘을 다해 공포를 이겨내려 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맡은 배역을 설명했다.
이날 기장 현수 역을 연기한 김남길이 “병헌이 형과의 브로맨스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소감을 밝힌 만큼, 극 중 두 사람의 의미 있는 협연이 예상된다.
한편 테러 상황에 불을 지피는 요주의 인물 진석 역을 연기한 임시완은 예고편에 등장한 영어 대사 ‘나는 비행기를 공격할 것이다(I’m gonna attack a plane)’를 언급하며 “짧은 시간 안에 영어 생활권에 있는 사람처럼 연기해야 했다. 당장 실력이 느는 건 불가능해서 발음을 교정해 잘하는 것처럼 보이려 했다”고 전했다.
한재림 감독은 “재난 영화로서 공포, 서스펜스,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하지만 다 보고 난 뒤 재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 인사를 전했다.
‘비상선언’은 8월 중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