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ㆍ성장률 하향에 상환 막막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력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반면, 회사채 만기액은 최대 부담 수준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고금리는 떨어질 줄 모르는데, 주요 국제기구들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줄줄이 내려 잡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A등급 이하 회사채(선순위 무보증) 만기도래 규모는 7조14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5530억 원)보다 10%가량 늘어났다. 2년 전(4조9640억 원)과 비교하면 44% 넘게 증가했다.
기업들의 올해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액이 증가한 이유는 과거 저금리 시기에 발행됐던 3·5년물 채권들의 차환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롯데물산은 2020년 발행한 13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당장 오는 9월 8일까지 갚아야 한다. 해당 회사채의 발행 당시 표면금리는 연 1.758%에 불과했지만, 3년 새 금리는 세 배 넘게 뛰었다.
롯데물산이 지난 3월 발행한 제13-2회 무보증 사채 이자율은 연 5.374%에 달한다. 그 사이 롯데물산의 신용도는 더블A(AA)에서 싱글A(A)대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22일 한국기업평가는 롯데물산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강등했다. 그룹 계열사 통합 신용도가 하락해서다.
롯데그룹은 롯데물산외에도 롯데건설, 롯데렌탈 등이 연내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올해 안으로 롯데건설은 610억 원, 롯데렌탈은 1300억 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이들 기업은 지난달 모두 AA-에서 A+ 등급으로 조정됐다. 이 밖에도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AA+→AA), 롯데지주·롯데쇼핑(AA→AA-)도 일제히 하향돼 그룹 차원의 자금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고금리 영향으로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에 부담이 커진데 반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속해서 하향 조정 중이라는 점이다. 하반기 경제 상황도 기대보다는 우려감이 짙게 드리워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금리 인상 종료가 가까워지면서 미약하게나마 경기 회복세를 보이려는 가운데, 한국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연속해서 하향되는 중이다.
정부는 다음 주 내놓을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1.6%에서 1.5%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전망치를 1.6%에서 1.4%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에서 1.5%로 각각 낮춰잡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1%로 전망한 바 있다. 주요국 중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연속해서 하향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경기부진 여파가 앞으로도 영향을 미쳐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거란 의미다.